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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계 비리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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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계 비리의 근원

입력
2010.04.1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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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 문제는 새삼스런 사안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교육계의 비리는 사뭇 충격적이다. 사회가 교육계 비리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교육이라는 특수한 분야에 대한 이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미성년 아이들을 책임지는 영역에서 법적, 도덕적 및 규범적 원칙에 어긋나는 관행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최근 교육계에서 불거진 비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교육행정 책임자를 중심으로 벌어진 인사 비리이고, 다른 하나는 특목고 입학전형에서 드러난 입시 부정이다.

교장ㆍ교육감의 권력 남용

앞의 것은 일반 행정분야에서도 있을 수 있는 전형적인 뇌물형 부정부패에 속한다. 반면 뒤의 것은 학교와 학부모의 왜곡된 교육열이 자아낸 규칙 위반에 해당된다. 여기서는 관료 행정에서 등장하는 인사비리를 중심으로 문제의 근원을 진단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교육계 비리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이고 인습에 가까운 관행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관행은 바로 선물 문화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풍속은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되는 오래된 보편적인 사회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은 사회적 유대관계(solidarity)를 형성하는 필수 도구로 설명한다.

하지만 근대 사회에서 합리성이 증대함에 따라 점차 노동 분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선물을 주고받는 유대 형성 방식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전통사회는 사회적 유대관계를 노동 분업이 아니라 주고-받고-답례하는 선물 교류에서 찾는 사회이다. 문화인류학적 연구방법을 활용한 사회학의 고전인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증여론> 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서양 사회에서도 선물 문화가 존재하며 사적인 인맥이 중요한 사회적 유대관계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유대 형식이 잔존하는 특수한 유형에 속한다. 따라서 우리의 특이한 선물 문화는 뇌물이라는 해충이 번식하는 데 유리한 일종의 ‘습지’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행태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관되고 엄격한 법 운용을 통해 사회적 합리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학교장이 되는 수월한 통로인 장학관 인사를 둘러싼 비리와 교육자치의 수반인 교육감이 권력을 남용하여 뇌물을 받은 사건은 교육행정 체제를 근원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두 사건은 현상적으로 보면 교육감으로의 권력 집중이 원인이겠지만, 교육행정 영역의 권력 행사를 둘러싼 각종 감시 및 견제 기구가 실효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데 기인한다. 학교장과 교육감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따른다면, 권력 남용이나 금품 수수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감시ㆍ견제 장치 강화해야

교육행정 수장에 올라야만 입신양명, 즉 출세한다는 세속적 교육관도 문제의 원인으로 거론될 수 있겠다. 여기서 학교장 트랙과 평교사 트랙을 구분하지 않는 서구 선진국의 제도는 참조할 만하다. 학교를 지배하는 유일한 원칙이 교육 본위인 상황에서는 학교장의 역할은 업무분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점에서 대안으로 자주 제시되는 교장 공모제는 인재 풀을 확장해 줄지언정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교장을 교사들 중에서 임기제로 선출하는 보직 제도가 더 바람직할지 모른다.

아울러 학교의 중요한 사안을 심의, 의결하는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견제기구의 역할을 강화하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학교 운영에서 각종 이권과 관련된 비리는 그러한 의사결정 과정이 독단적이고 폐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학교 행정이 일반 행정과 구분되는 경우는 바로 교육 본연이 학교를 지배할 때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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