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초기에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적은 없었다. 첫 의심 농가가 나온 지 사흘 동안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가 무려 5곳이다. 최악이었던 2002년에도 첫 이틀간 2건 발생 후 1주일간 소강 상태를 보였고, 올 초 포천 구제역도 1차 발생 뒤 6일의 공백기가 있었다. 적어도 강화도 내에서는 이미 구제역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는 얘기다.
관건은 과연 육지로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런 점에서 구제역 발생 지역이 상대적으로 외부와의 통제가 쉬운 섬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강화도와 육지를 잇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만 제대로 차단할 수 있다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방역당국이 초기에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반경 500m에서 3㎞에서 확대하면서 살처분 규모가 이미 2만5,800마리에 달하는 것도 "강화도에서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는 1차 구제역(2000년ㆍ2,216마리) 및 3차 구제역(올 초ㆍ5,956마리)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하지만, 섬이기 때문에 사후 통제가 수월할 순 있어도 평상시 외지 여행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는 게 문제다. 최초 발생 농장의 경우 신고(8일) 사흘 전부터 이상 증상이 있었던 만큼, 외지인들을 통해 이미 구제역이 섬 밖으로 번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섬 안에 광범위하게 구제역이 퍼져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육지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염 속도가 소보다 최대 3,000배나 빠르다는 돼지까지 이미 감염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약 이미 외지로 번졌다면 이번 사태는 최악의 피해를 낳았던 2002년 2차 구제역을 능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당시 돼지 농가를 위주로 확산된 구제역은 52일간 16개 농장에서 발생해 살처분 규모만 16만155마리에 달했다.
동시다발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역학적 연관성 파악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방역 당국은 최초 발생 농장의 농장주가 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아직은 선후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감염 경로 파악도 쉽지 않아 추가 확산을 차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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