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제12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에 불참한 이유를 놓고 관측이 무성하다. 김 위원장의 불참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중국 방문 임박설'이 강력히 제기됐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엔 건강상태 악화 또는 현재 비밀리에 중국을 이미 방문 중일지 모른다는 추측 등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 김 위원장 방중
김 위원장의 방중은 초청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가 숨죽여 주목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처음 제기되던 4월 초 청와대는 갑작스럽게 김 위원장 방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5일"김 위원장이 탄 평양 발 특급열차가 새벽 신의주와 경계한 중국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역에 도착했다"는 첩보를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결국 신의주 발 화물열차임이 뒤늦게 확인됐지만 김 위원장의 동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급증과 과민반응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3일 저녁 "북중 국경에서 김 위원장 방중 준비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방중 임박설에 무게를 실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9일 김 위원장의 방중 선물로 예상되는'6자회담 복귀선언'을 의식한 듯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는 부족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보다 진전된 북한과의 소통에 목마른 상태다.
김 위원장을 초청한 당사자인 중국도 그의 방중을 고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 당시 김 위원장에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국가주석의 초청장을 건넸고, 올해 2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때에도 이를 반복했을 만큼 김 위원장의 방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우선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입장변화 유도와 북중 간에 추진되고 있는 두만ㆍ압록강 지역의 경제 협력에 대한 협의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중간의 경제협력은 중국 연해지역 발전에서 소외된 동북3성에겐 혹독한 겨울 뒤의 봄날같이 다가온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과 랴오닝성 단둥 등 북한과 국경을 접한 동북3성 도시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간의 고속도로ㆍ고속철 건설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을 정도다.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단지 시간 상의 문제라는 점을 암시하며 "그의 방중 소식과 일정에 대해서는 공식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고개 드는 4월 말 방중설
이 달 초로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방중시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이 25일께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올해 1월 방중설에 이어 3월 말~4월 초 방중설, 그리고 이젠 천안함 사고원인이 밝혀질 4월 말 방중설로 옮겨가고 있다. 각종 설에 경도된 시각에서 벗어나"김 위원장이 중국을 꼭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한이 하루 아침에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북한의 속사정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중국과 세계에 깜짝 놀랄 선물을 내놓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이런 때에 특히 천안함 사고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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