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광 지음/글항아리 발행ㆍ352쪽ㆍ1만8,000원
제목에 드러나 있듯 가이드북이다. 요새 책깨나 읽고 글깨나 쓴다는 사람이면 입에 달고 사는 이론가들의 궤적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엮었다. 저자는 분방한 필치로 문화비평부터 정치비평에 이르기까지 넓은 인문적 사유를 펼쳐 보이고 있는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화 전공). 지젝, 랑시에르 등 따끈따끈한 인기 이론가부터 마르크스, 데리다 등 고전적인 이론가까지 친절히 가이드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독서가 될 듯하다. 알랭 바디우나 안토니오 네그리라는 이름이 할리우드 영화배우 이름보다 더 친숙한 사람, 하지만 정작 이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 그럼에도 차마 이들에 대해 모른다고 밝히기는 민망한 사람, 족집게 과외선생처럼 그들을 쉽게 설명해줄 사람이 간절한 사람. 이 책은 짧은 시간에 인기있는 이론가들을 일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이론은 근육"이라 말한다. "근육을 사용해야 걷거나 달릴 수 있듯이, 이론이 있어야 모든 것을 다 집어삼켜버리는 현실의 중력에 대항해서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 그는 '먹고사니즘'과 '반지성주의'가 한국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 속에서 합의된 윤리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주체를 '인문좌파'라 규정한다. 그리고 이들이 '근육'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론의 얼개를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책은 "동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이론적 사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출현한 모든 이론을 망라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포스트구조주의로 불렸던 이론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한 흐름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또 이런 흐름을 한국적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담았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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