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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클린선거' 원년으로] (1) 그만 헐뜯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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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클린선거' 원년으로] (1) 그만 헐뜯자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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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 흠집내야 내가 산다" 또 도지는'… 카더라' 흑색선전

"'내 사진을 공개하려면 눈을 가려 달라'고 말하는 아들 앞에서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선거 때만 되면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흑색선전 때문에 자식 볼 면목이 없다."

8일 오전 경북도청 프레스센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6ㆍ2지방선거 경북도지사 후보로 최종 확정된 김관용 지사는 아들의 병역 비리 얘기가 나오자 낯빛이 흐려졌다. 아토피성 천식 때문에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아들을 물고 늘어지는 의혹 공세가 2006년 5ㆍ31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터져 나온 탓이었다. 이번에는 특히 같은 당 후보들이 공천 경쟁 막바지에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펼쳐 충격이 더했다.

사실 지금까지 지방선거에서 후보 간 정책 대결은 찾기 힘들었다. 그 대신 비방과 폭로전, 네거티브전 등이 판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현직 단체장이 3선 출마 제한에 걸린 경북 예천군에서는 6명의 군수 후보예정자가 나서 특정 예비후보를 향한 비방전을 벌였다. "L후보는 이번 선거에 대비해 자신의 업체를 팔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재산을 탕진했다" "예전과는 달리 인간성이 나빠졌다"는 인신 비방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L후보는 "정상 운영 중인 업체를 들먹여 경영을 어렵게 하고 무작정 인신 비방을 하는 선거 풍토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난무하는 비방전은 토착 세력 간 해묵은 반목과 무관하지 않다. 각 세력이 선거 때마다 '우리 쪽이 안 되면 다 죽는다'는 식으로 나오다 보니 비방전은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신영국 신국환 전 국회의원 간 갈등이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편가르기로 이어졌던 경북 문경시가 대표적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한성(문경ㆍ예천) 국회의원이 2008년 18대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던 신현국 시장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제명까지 추진하면서 새로운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구속된 신 시장의 측근 송모(39)씨와 전화 통화면서 "신 시장은 골로 간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비방전이 난무하는 데는 정당색이 짙은 지역의 경우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깔려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의 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보들이 많이 나서다 보니 공천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공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여론이 아니라 계파 학연 혈연 지연"이라며 "지역 여론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비방전으로 가더라도 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까지 중앙 이슈가 점령해 버리는 상황도 비방전을 가중시킨다. 한 정당 관계자는 "한명숙 전 총리 재판과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면서 지역 정책 이슈가 실종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런 상황은 비방전 난무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런 네거티브 선거판에서 정책 선거를 지향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전북 익산시의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예비후보 18명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익산시 역사 이래 이처럼 비방과 혼탁이 난무하는 선거는 없었던 것 같아 시민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실추된 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정책 선거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김옥준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종 선거에서 과도한 네거티브가 판치면서 유권자들의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며 "열세에 몰린 쪽에서는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네거티브 전략이지만 지금은 후보 자신의 장점과 정책으로 승부할 시대"라고 지적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이현주 기자 msyu@hk.co.kr

■ 선거사무장들 '공정 경선' 팔 걷었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선거 핵심 참모인 각 예비후보 선거사무장들이 공정 경선 경쟁에 합의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나라당 경기 수원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권인택 김종해 신현태 유광재 심재인 이윤희 이중화 임수복 최규진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장 9명.

이들의 첫 만남은 지난달 21일 예비후보들의 현장 간담회를 앞두고 이뤄졌다. 선거사무장들은 이날 수원시의 한 음식점에 모여 공명 선거에 합의하고 흑색선전, 인신 공격 등을 자제키로 합의했다.

이어 22일 예비후보들이 지동시장에서 모여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예비후보들은 회동 직후 공동선언문을 통해 "공천 결과에 승복하고 공천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선거사무장들은 지난달 26일 김종해 예비후보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2차 모임을 갖고 공명 선거, 공천 결과 승복, 정보 공유 등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특히 이날 모임에서는 최고령자 이정용(57ㆍ김종해 예비후보 사무소) 선거사무장이 회장직을 맡고 홍보 활동에서 벌어질 수 있는 크고 작은 갈등과 다양한 의견들을 대화와 이해로 조율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공천 면접이 끝난 직후인 7일에는 3차 모임을 갖고 향후 선거 전략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의 모임은 작은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4일 예비후보들의 홍보 블로그를 통합 관리하는 관리자가 블로그를 잘못 링크하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인터넷에서 예비후보 정보를 얻기 위해 어느 예비후보를 클릭하든 A 예비후보 홍보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일이 생겼는데 평소 같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겠지만 공천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사무장들이 모여 의견 조율을 거친 끝에 A 후보 측이 사과문을 게재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후 A 후보를 비방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전영진(54ㆍ심재인 예비후보 사무소) 선거사무장은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만나 서로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치열한 선거전을 떠나 지역의 선ㆍ후배와 형 동생 사이로 발전했다"며 "공명 선거 문화가 이 지역은 물론, 전국으로 퍼져 정책 대결을 위한 선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수원=강주형 기자 cubie@hk.co.kr

■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정책요구→수용→검증 쌍방향 시스템이 해법"

"비방 선거를 없애려면 선거에서 유권자가 특정 정책을 자유롭게 요구하고 후보는 이를 수용하며 나아가 유권자는 후보의 수용 과정을 다시 표로 검증하는 쌍방향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조광현(50ㆍ사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0일 "정책 선거화의 핵심은 유권자와 후보의 상호작용인데 이 기능이 작동하면 비방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6ㆍ2지방선거의 경우 유권자가 8명의 각기 다른 후보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옥석을 제대로 가려야 한다"며 "정당 정책은 물론, 후보 개인의 공약과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는 사상 유례없이 많은 후보가 격돌하기 때문에 벌써 일부에서는 특정 정당 공천을 앞두고 카더라식 음해성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가뜩이나 묻지마 투표가 우려되는 판국인데 흑색선전까지 더하게 되면 유권자의 눈과 귀를 다 가리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대구시교육감 선거의 경우 11명의 예비후보가 난립, 과열 혼탁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이념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당색이 강한 지역의 경우 후보의 관심이 오직 공천뿐인 것도 정책 선거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다.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에 후보조차 정책 개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후보 서로 간 존중하는 포지티브 선거, 정책이 상호 경쟁하는 선거를 지향해야 한다"며 "유권자들도 비방과 흑색선전을 통해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후보를 반드시 표로 심판해 공명 선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강석 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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