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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만인보' 30권 완간/ "우리 민족의 세월과 사람들 詩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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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만인보' 30권 완간/ "우리 민족의 세월과 사람들 詩에 담았죠"

입력
201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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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했다가 깬 듯한 기분입니다. 25년 동안 해온 작업이니 감회가 없진 않지만, 마소처럼 등에 길마를 지고 있다가 이제 텅 빈 등짝이 됐으니 어디로든 날아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고은(77) 시인이 필생의 역작 <만인보(萬人譜)> (창비 발행)의 마지막 3권을 한꺼번에 내고 총 30권으로 완간했다. 1986년 첫 3권을 출간한 이래 햇수로 25년 만이다. 그가 9일 <만인보> 완간에 맞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여러 지역과 사회 각계, 나아가 이 땅의 광막한 역사와 산야에 잠겨 있는 삶을 사람 하나하나를 통해 현재화하겠다"(제1권 서문)는 야심찬 기획 아래 그가 사반세기 동안 쏟아낸 시는 4,001편. 등장 인물만 5,600명이 넘는다.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최대 규모의 연작시다. 창비는 완간과 함께 그간 낱권으로 발행된 30권의 시집을 출간시기별로 묶은 11권짜리 양장본도 함께 출간했다.

성장기 고향(1~6권), 1950년대(7~9권), 1970년대(10~15권), 6ㆍ25전쟁(16~20권), 4ㆍ19혁명(21~23권), 신라 이래 고승(24~26권)을 차례대로 <만인보> 의 소재로 삼았던 그는 새로 출간한 27~30권에서는 5ㆍ18광주항쟁 관련 인물들을 주로 다뤘다. 그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연루 혐의로) 신군부에 의해 육군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5ㆍ18을 전해 듣고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 <만인보> 의 첫 구상"이라며 "이후 계획을 바꿔 다른 이들의 삶부터 집필하다가 계절이 순환하듯 자연스레 5ㆍ18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만인보> 를 통해 서사와 서정, 기억과 상상, 문학과 역사를 결합하며 새로운 시적 영역을 개척하려 했다"며 "고전적 시 개념을 넘어설 새로운 장르로 정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계획을 묻자 그는 "사람의 삶은 후반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규정지어진다. 나는 내 뒤에 벼랑이 아니라 들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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