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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사상최악 확산 강화도에 가보니/ "전염빠른 돼지도 감염…이미 늦은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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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사상최악 확산 강화도에 가보니/ "전염빠른 돼지도 감염…이미 늦은 것 아니냐"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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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길러온 소ㆍ돼지를 땅속에 묻는 심정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다름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11일 오전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인천 강화도. 무서운 가축전염병이 천혜의 섬 전체를 휩쓸자 주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하며 망연자실했다. 강화도 주요 도로 곳곳에 '긴급 방역' '교통 차단' 등의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고, '강화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자주 눈에 띄었다. 소방차와 방역차량들은 도로를 바쁘게 오가며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강화군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한 선원면 금월리는 삼엄하기까지 했다. 8일 이곳의 이모(47)씨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소가 신고된 이후 마을 입구에는 이동통제소 3곳이 설치돼 차량과 사람들의 왕래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군 병력도 동원돼 방역작업을 도왔다.

9일 이 농가의 소가 구제역이 확인된 데 이어 11일 선원면 4곳, 불은면 한 곳 등 5곳으로 구제역이 번지자 축산농가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특히 소보다 전파력이 최대 3,000배나 빠른 돼지가 감염되자 "이미 늦은 것 아니냐"며 걱정스러워했다.

이금준 금월리 이장은 "몇 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소들을 죽여야 한다니…. 앞으로 축산농민들은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주민 박모(54)씨는 "올해 초 구제역이 발생했던 포천과 연천 주민들도 아직 보상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이번에 대량 살처분하면 보상을 어떻게 받을 수가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구제역 감염이 추가로 확인된 선원면 냉정리와 불은면 삼성리 일대 축산 농가는 출하 및 도축 등 모든 축산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농장들도 자체적으로 진입로를 폐쇄하고 방역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키우는 소ㆍ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라"는 당국 지시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불은면 삼성리에서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모(45)씨는 "2년 전부터 육우에서 한우로 바꾼 후 지금까지 안 팔고 키우다 이달 중순 첫 출하할 계획이었는데 웬 날벼락이냐"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돼지 1,000마리를 10년째 키우고 있는 이선호(50)씨도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거의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데, 모두 묻어야 한다니 차라리 같이 죽고 싶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구제역 확산으로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마니산과 고려산, 전등사 등 강화도 내 관광지를 찾은 외지인들은 평소의 20%에 불과했다. 내가면에서 식당을 하는 박선자(46ㆍ여)씨는 "일요일에는 관광객들도 꽉 찼는데 구제역 발생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면서 "구제역이 강화도 전체를 삼키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강화도 밖으로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은 또 선원면 등 구제역 농장들을 중심으로 반경 10㎞내 지역과 강화도와 육지를 잇는 강화대교, 초지대교 등에 이동통제소 58개소를 설치해 통행 차량을 제한하며 소독을 실시 중이다. 차량 6대를 동원해 이들 농장 반경 3㎞이내 지역에서 24시간 순회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강화군은 정부가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반경 3㎞내 모든 소ㆍ돼지를 살처분하기로 함에 따라 13일까지 2만5,845마리를 살처분할 예정이다.

강화도=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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