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공동포인트' 카드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동포인트란 다른 업종의 기업간에 포인트를 공유해 같이 적립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포인트는 사실상 할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적립해 쓰면 이득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카드가 회사나 점포마다 제각각이어서 웬만큼 알뜰하지 않으면 만들기만 하고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동포인트는 이런 포인트를 한 데 묶어 카드 하나로 포인트를 함께 적립하고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회사는 일본 최대 CDㆍDVD 대여 체인점 'TSUTAYA'를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그룹(CCC). 2003년부터 'T포인트'라는 공동포인트 사업을 시작해 지난달 초까지 참여 회사 69개사에 회원이 3,400만명이다. 향후 회원수를 일본 국민의 절반인 6,000만명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미쓰비시(三菱)상사 자회사 로열티 마케팅사가 지난달 '폰타(PONTA)'라는 공동포인트 카드를 선보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2위 편의점인 로손 등과 손잡고 발매 한 달만에 가맹회사 12개사에 이용 가능 점포가 1만2,000개를 넘어섰다.
두 카드 모두 입회비, 가맹비 없이 100엔어치를 사면 1포인트를 적립해 이를 1엔으로 환산해 쓰는 방식은 같다. 후발인 '폰타'는 여기에 어머니가 쇼핑하면서 적립한 포인트를 딸이 가져다 쓸 수 있는 가족간 포인트 공유까지 가능케 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에 나섰다.
관심은 이 공통포인트 카드가 기존의 다양한 카드를 흡수해 중장기적으로 포인트 카드계를 평정할 수 있을 것이냐에 모아진다. 선호도가 높은 포인트 카드는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는 항공회사, 가전제품 구매 때 할인 포인트를 주는 가전전문점과 슈퍼ㆍ편의점 등 일반 유통업계였다. 일본 유통 전문가들은 이들 업계가 일찌감치 양자 라이벌 구도를 형성, 동맹 회사끼리 포인트 교환을 해왔기 떄문에 공동포인트 카드에도 역시 이런 구도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이미 T포인트에 참여하고 있는 전일본공수(ANA)와 일본 최대 인터넷쇼핑회사 락텐(樂天)의 뒤를 이어 이들과 카드 사업을 제휴한 가전전문점 야마다전기 역시 T포인트에 가맹할 가능성이 있다. 대신 경쟁 관계인 일본항공(JAL)과 포인트 교환 등으로 제휴한 기업은 폰타에 합류할 수 있다. 불황기 알뜰 소비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일본 포인트 카드계가 오랜 전국시대를 끝내고 양대 공동포인트로 급속하게 재편될 전망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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