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대학교육비나 결혼비용을 지원해야 되고, 부모 생활비도 책임져야 된다. 그러다 보니 1년에 영화 한 편 보지 못한다. 퇴직이 코 앞이지만, 노후준비는 국민연금에만 의존할 뿐이다.'
우리 사회 베이비부머들의 우울한 현주소다. 통계청은 11일 이런 내용으로 '2008, 2009 사회조사를 통해 본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을 소개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베이비붐'을 등에 업고 태어난 사람들. 47~55세 연령층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출발부터 고단했다. 10명 중 6명 이상(64.2%)은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없었다. 대부분 돈이 없어서(79.2%)였다. 이런 한을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다 보니 자녀에 대한 책임의식이 누구보다도 강했다. 거의 전원(99.1%)이 자식 대학교육비는 책임지겠다고 했고, 자녀 결혼비용(90.0%)이나 미취업 성인자녀 용돈(74.3%)까지도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부모 봉양도 베이비부머들의 몫이었다. 이들의 부모 중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이들은 30.8%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46.6%)을 크게 밑돌았다. 베이비부머 10명 중 7명은 부모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위로 아래로 돈 쓸 일이 많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의 노후 준비와 은퇴 대비를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았다. 응답자 10명 중 8명(80.0%)이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국민연금(38.5%)이나 기타 공적연금(7.1%)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예ㆍ적금(24.3%)이나 사적연금(19.5%) 처럼 개인적으로 별도의 노후준비를 하는 이들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들에게 본인을 위한 투자는 사치에 가깝다. 지난 1년간 영화나 연극, 연주회, 스포츠 경기 관람 등 문화생활을 단 한 번도 즐긴 적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52.2%)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65.2%)도 15세 이상 인구 평균(60.4%)을 웃돌았고, 심지어 최근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사람도 7.1%에 달했다.
이영태기 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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