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나이스비트, 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ㆍ안기순 옮김/비즈니스북스 발행ㆍ400쪽ㆍ1만8,800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을 바라보면서 세계는 놀라워하면서도 경계한다. 싸구려 상품을 쏟아내는 세계의 공장인 줄 알았던 나라가 어느새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항공, 로봇, 전기자동차 등 첨단산업에서 선진 기술을 바짝 따라잡거나 앞서기 시작했다.
개혁ㆍ개방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한 지 30년, 중국의 급성장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다. 공산당 치하 중국이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의 강자로 부상한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메가트렌드 차이나> 는 이 질문들에 더없이 명쾌한 답변이다. 앨빈 토플러와 더불어 미래학의 양대 석학으로 꼽히는 존 나이스비트가 아내이자 동료인 도리스와 함께 쓴 이 책은 중국의 미래를 전망하는 수많은 책들을 압도할 만하다. 기존 예측서들이 중국의 성장을 예견하면서도 그 원동력을 밝히지 못한 것과 달리, 이 책은 "2050년,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전망 아래 중국의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철저히 사실을 바탕으로, 특히 서구 등 외부의 색안경을 벗고 중국의 전통과 논리에 입각한 내부자의 시선으로 중국의 변화상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메가트렌드>
나이스비트는 중국에서 10년을 산 것을 포함해 40년 넘게 드나들었고 텐진에 중국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통이다. 중국이 결국 서구식 민주주의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그는 중국식 모델의 고유성과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며 서구식 민주주의를 최상의 해결책으로 믿는 통념에 의문을 던지기조차 한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나이스비트는 중국의 성장 동력 8가지를 꼽는다. 정신의 해방, 하향식 지도와 상향식 참여의 균형,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틀, 실사구시가 이끄는 성장, 예술과 학술의 힘, 세계로 나아가고 동시에 세계를 받아들이는 태도, 자유와 공정성의 확대, 혁신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목표와 비전이 그것이다.
나이스비트는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 때문에 뒤처졌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발전을 이끌어왔고, 중국 공산당은 선거가 아니라 눈부신 발전이라는 성과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핵심을 나이스비트는 '하향식 지도와 상향식 참여의 균형'에 기반한 '수직적 민주주의'라고 분석한다. 중국 공산당은 더 이상 억압적인 독재를 하지 않으며, 당은 큰 틀만 그리고 세부 그림은 국민에게 맡김으로써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요동치는 서구 민주주의와 달리 중국 공산당은 흔들림 없이 장기 전략을 세워 전진하고 있으며 목표를 초과 달성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톈안먼 사태, 티베트 독립운동, 인권 문제, 언론 검열 등 서구 언론이 중국의 한계나 후진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하는 민감한 이슈들도 언급한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는 편견에서 비롯된 과장이나 왜곡이 많다는 것이 나이스비트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개방과 참여, 투명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이 부닥칠 난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수직적 민주주의의 점진적 발전을 지지하는 것이 세계와 중국인에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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