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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하이브리드 매장' 바람/ "옷가게서 소녀시대 신곡도 팔길래 샀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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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하이브리드 매장' 바람/ "옷가게서 소녀시대 신곡도 팔길래 샀지 뭐야"

입력
201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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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 스파오(SPAO) 다녀왔습니다. 무난한 디자인의 티셔츠가 눈에 띄었습니다. 참, 여기 4층에 SM엔터테인먼트의 '에브리싱' 매장이 있더군요. 괜히 옷 구경 갔다가 소녀시대 서명이 들어 있는 사진이랑, 슈퍼주니어 클리어 파일을 사고 싶어 혼났네요."(한 블로거의 스파오 매장 방문 후기)

# 지난해 아시아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팝 싱글 차트 100위 안에 진입한 원더걸스의 성공에는 10대 소비자를 집중 공략한 프로듀서 박진영의 전략이 한몫을 했다. 특히 박진영은 미국의 10대 고객을 잡기 위해 음반 유통 경로를 일반 CD 매장 대신, 10대가 즐겨 찾는 의류 매장으로 정했다. 미국 최대 아동 의류 브랜드 저스티스의 900여 매장에서 '노바디' 노래가 울려퍼지면서, 원더걸스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의류 매장에서 화장품을, 화장품 매장에서는 음반을, 커피 전문점에서는 치약을 파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유통 매장이 늘고 있다.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 아니라 문화ㆍ여가의 욕구를 해소하는 신세대 소비자, 즉 몰링(Malling)족이 늘면서 브랜드도 이와 유사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연 이랜드그룹 의류 브랜드 스파오(SPAO)의 명동 매장은 단일 매장으로 국내 최대(2,875㎥)일뿐만 아니라 '복합 쇼핑 공간' 콘셉트로 화제가 되고 있다. 옷만 파는 매장에서 벗어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유명해졌는데, 그 배경에는 이랜드가 SM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해 스파오 일부를 음반 매장인 '에브리싱'(Everysing)으로 꾸민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홈쇼핑 화장품으로 유명한 애경의 '조성아 루나'가 지난해 말 오프라인 판매를 추진하면서 LG패션의 대형 매장 TMGTW와 손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경은 루나를 홈쇼핑 브랜드를 뛰어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로 키우기를 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 전용 휴식공간'을 지향하는 TNGTW가 대안으로 꼽힌 것. 25~35세 계층을 주고객으로 설정한 애경의 이런 실험은 성공으로 이어져, 명동점을 시작으로 TNGTW의 강남점과 대학로점, 신사동 가로수점에도 차례로 입점했다.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도 이런 시도는 예외가 아니다. 스타벅스는 유니버설 뮤직과 제휴해 일부 매장에서 CD를 판매 중이다.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인 탐앤탐스도 지난해 말 칫솔 없이 쓸 수 있는 거품치약 '이크린'을 출시해 각 점포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커피숍이 여성복 브랜드 매장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총 3개층으로 구성된 투미(2ME) 명동점의 경우 3층이 카페로 운영되는 게 대표 사례다. 이 카페는 30석 규모인데 커피 메뉴를 1,000~2,000원에 판매한다. 매장을 쇼핑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브랜드 마니아를 늘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화장품 브랜드인 네이처 리퍼블릭의 명동점도 3층을 '코리안 웨이브 스타 존'이라는 이름의 음반 매장으로 꾸몄다. 이 브랜드 광고 모델인 비를 비롯한 한류스타의 음반과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함께 갖추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의 소비자 욕구가 부쩍 커지고 있어 다른 업종과 접목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 늘고 있다"며 "단순한 이종 제품의 나열이 아닌 빵과 우유처럼 보완성을 고려한 제품 배치가 전제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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