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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침묵의 시간' 獨문학 거장이 팔순 넘어 쓴 청소년 소설 고교생과 여교사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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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침묵의 시간' 獨문학 거장이 팔순 넘어 쓴 청소년 소설 고교생과 여교사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

입력
201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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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ㆍ박종대 옮김 / 사계절 발행ㆍ160쪽ㆍ8,500원

현대 독일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지크프리트 렌츠(84ㆍ사진)가 산수(傘壽)를 넘긴 나이에 발표한 청소년 소설이다. 권력과 예술의 갈등을 다룬 소설 <독일어 시간> 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는 이 작품에서 여교사와 열아홉 살 고교생의 짧지만 강렬한 사랑과 이별을 담담한 필치로 그린다.

소설은 독일의 한 고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시작한다. 20대 젊은 영어교사 슈텔라 페테르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그녀의 죽음이 개인적으로 유별나게 다가오는 크리스티안은 독백과 회상을 통해 그녀와 얽힌 추억을 털어놓는다. 서정적인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한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금기의 사랑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슈텔라의 죽음으로 금세 막을 내린다. 감정이 가장 무르익었을 때 이별을 맞은 이들의 사랑은 오로지 아름다움으로만 남는다. 크리스티안은 수장되는 슈텔라의 유해에 뿌려진 꽃송이를 보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면서 "내 젊음의 영원한 비극으로 기억되는 동시에, 상실의 아픔을 보듬는 크나큰 위안이 되리라"(148쪽)고 깨닫는다.

렌츠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으로 관심을 유발하면서도 사랑의 통속적인 면이 아닌 본질을 환기시키는 노련함을 발휘한다. 독일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니츠키는 "렌츠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면서 "그는 새로운 것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 뒤 자신의 내부에서 엄격하게 재창조하는 보기 드문 작가"라고 평했다. 사랑을 겪은 후의 성장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아름답게 변주한 노 작가에 대한 경하인 셈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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