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촌이 지진 불안감에 떨고 있다. 올해 1월 아이티 대지진을 시작으로 타이완과 일본에서, 2월에는 칠레에서, 3월에는 타이완과 터키에서 강진이 발생하였다. 4월 들어서도 멕시코에서 강진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도 규모는 작았지만 2월에 경기도 시흥과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 3월엔 태안 앞바다 등에서 여러 차례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은 진앙지가 육상인 경우보다 바다일 때 흔히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지진해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다 속에서 지진이나 화산폭발이 일어날 때 만들어진 파가 해안에 다다르면 집채 만한 파도로 돌변하여 큰 피해를 입힌다. 영화 '해운대'의 장면이 허구만은 아니다.
지진해일을 일본말로 쓰나미(津波)라고 하며, 전 세계인은 지진해일을 쓰나미라고 한다. 지진이 많은 일본의 해양학자들이 지진해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서 쓰나미라는 말이 국제 공용어가 된 때문이다.
2004년 12월 크리스마스 다음 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 바다 속에서도 규모 8.9의 강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만들어진 지진해일로 인해 23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초래됐다. 올해 1월 12일 카리브 해에 위치한 아이티에서도 해저지진으로 인하여 30만 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있었다. 아직 그 악몽이 채 가시기 전에 유사한 자연 재해가 또 닥친 것이다.
2월 27일 칠레 인근 바다 속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지진으로 모든 태평양 연안국이 불안에 떨었다. 태평양 반대쪽에서 생긴 해저지진의 여파는 그 넓은 태평양을 건너 일본에까지 미쳤다.
우리가 목욕탕에서 물을 휘저으면 반대쪽까지 파가 전달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태평양을 아주 커다란 목욕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파 속도는 수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거의 제트기 속도에 버금가 약 하루 만에 태평양을 건넌다. 그러니 비록 태평양 반대편에서 해저지진이 일어나도 모든 태평양 주변국이 긴장하게 된다.
해저지진의 원인은 지각판과 지각판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이번 칠레에서 지진이 발생한 곳은 나스카판이라 불리는 남동태평양의 해저지각판이 칠레가 위치한 남아메리카판의 아래쪽으로 밀려들어가는 곳에서 발생하였다. 하나의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누적되었던 힘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고무풍선에 공기를 계속 주입하다 보면 견디지 못하고 어느 순간 터져 버리는 것과 같다. 이렇게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는 곳에서는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곳은 태평양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환태평양 지진대'라 불리기도 하고, 화산활동이 활발해 '불의 고리'라고도 한다.
우리 주변의 인간사도 유사하다. 두 세력의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폭발하고, 큰 후유증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조율과 타협을 통해 폭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지만, 자연에는 타협이 없다. 긴장이 고조되면 지진이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저지진계를 설치하여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징조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아차리고 미리 대피하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칠레 지진 때도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PTWC)는 신속하게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큰 파도가 밀려오기 전에 해안가 주민들을 고지대로 대피시켜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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