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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생명력과 다양성 갉아먹는 무분별한 재개발 잘못된 도시계획을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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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생명력과 다양성 갉아먹는 무분별한 재개발 잘못된 도시계획을 꼬집다

입력
201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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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제이콥스 지음ㆍ유강은 옮김 / 그린비 발행ㆍ592쪽ㆍ3만5,000원

미국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도시계획개혁 운동가였던 제인 제이콥스(1916~2006)는 1959년 최악의 슬럼가로 알려져 있던 보스턴의 노스엔드를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1930년대만 해도 가난에 절어있던 이 지역에 생기가 넘쳐 흘렀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관상의 변화만이 아니었다. 뛰노는 아이들과 쇼핑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로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시에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이 지역은 청소년범죄율도, 유아사망률도, 결핵사망률도 보스턴에서 가장 낮았다.

이런 지역을 단순한 슬럼가로 치부하며 재개발계획에만 몰두하는 도시계획가, 도시행정가들과 시각을 달리하는 제이콥스는 이곳을 '인간적 생명력'이 넘치는 곳으로 봤다. 그는 시 외곽에 전원도시를 건설해 도시빈민들을 집단으로 이주시킨다거나 혹은 도심의 슬럼지역을 공원으로 바꾼 뒤 고층건물을 짓자는 도시재개발 프로젝트가 오히려 도시의 다양성과 생명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갈파했던 것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은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1950~60년대 미국 대도시 슬럼가의 변화상을 세밀하고 뚝심있게 관찰,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역설한 도시계획학의 고전이다. 저자는 소규모 블록과 많은 지름길의 확보, 오래된 건물과 신축 건물의 공존, 적정한 인구의 집중 등을 그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한다.

50여년 전 미국 도시들의 사례를 거론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도시를 만들까"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질서정연한 외관을 꾸미는 일에만 신경을 쓰며 오래된 동네와 골목들을 밀어버리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단지로 바꾸려는 21세기 한국의 도시행정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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