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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방주교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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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방주교회 가는 길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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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은 부활절이었다. 제주를 여행 중이었지만 여행의 일행이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여서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 예배에 심정적 불교 신자인 나도 돼지꼬리처럼 따라붙어 가게 되었다. 숙소에서 교회까지 1135번 산록도로는 나에게 교회 가는 길이었다.

교회 가는 일도 처음이고 부활절 예배도 처음이었다. 교회 이름은 '방주교회'였다. 제주의 오름을 비유해서 '포도호텔'을 설계한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준(尹丹潤)이 지은 작은 교회였다. 얕은 호수를 만들어 그 위에 배처럼 띄워놓은 교회는 노아의 방주처럼 떠있었다.

교회의 천장은 배의 골격 같았고 세로로 길게 난 창으로는 제주의 봄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교도인 나는 그 방주에 몰래 승선해 167장, 171장, 161장의 찬송가를 소리 높여 불렀다. 담임목사의 '자연이 부활을 증명한다'는 설교내용에는 '아멘'이라고 큰소리로 답했다.

그 설교는 은현리에서 나무와 꽃과 새와 함께 살며 내가 느낀 자연시론(自然詩論)과 비슷해 감동적이었다. 부활절 예배를 마치고 부활절 달걀을 선물 받고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다. 배리스터인 신자가 뽑아주는 향기로운 커피는 두 잔이나 마셨다. 목사께 약속을 했다. 다음에 제주에 오면 주일이면 꼭 방주교회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내일이 주일인데, 벌써 방주교회에 가고 싶다. 커피향이 코끝을 스친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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