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淸明ㆍ5일)이 지났다. 삐죽삐죽 고개를 내미는 샛노란 싹들이 풋풋함을 더하고, 저 아래 남도에서는 흐드러진 벚꽃소식이 전해온다. 천안함 사태라는 참담했던 3월을 뒤로하고 자연은 어김없이 온 산하에 봄의 생명력을 전하고 있다.
예로부터 청명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며 분주한 날들이 시작된다. 이는 비단 농부들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1ㆍ4분기가 지나고 4월이 되면 기업들은 연초에 세웠던 계획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그 고삐를 바짝 조이는 때다.
나는 올해는 일찍부터 지방 점포나 거래처를 방문하며 현장을 많이 찾아 다니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은행원 출신의 은행장이라서일까. 영업 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다 보면 나에게 성공 비밀을 물어보는 직원들이 꼭 있다. 어떻게 하면 은행장이 될 수 있느냐 보다는 40년 은행 생활의 노하우를 물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럴 때 같은 은행원이자 인생 선배로서 직원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반복과 몰입'의 정신이다.
중국 속담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담아 10년간 꾸준히 하면 큰 힘이 되고, 20년을 하면 두려울 만큼 거대한 힘이 되며, 30년을 하면 역사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김연아 선수가 한 동작을 익히기 위해 1만번을 연습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19세기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자, '지고이네르바이젠'으로도 유명한 사라사테(Sara Sate)는 "3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14시간씩 연습했는데,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부른다"고 했다. 김연아와 사라사테,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그들의 성공을 관통하는 힘은 '반복과 몰입'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관악산에 오를까 한다. 관악산은 이름 그대로 바위가 많은데다 가지각색의 바위 형상들이 오묘한 절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 중 장군봉 북쪽에 호랑이 형상의 바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평소 즐겨 쓰는 '사석위호(射石爲虎)'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렸다. 호랑이인 줄 알고 화살을 쏘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바위에 화살이 박혀있더라는 옛이야기다.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몰입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있으랴!
등산로 양편에 봄의 전령인 개나리가 만개했을 터이다. 새로운 희망으로 맞이하는 이 봄, 우리 경제에도 좋은 소식들만 가득했으면 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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