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의 반정부 유혈 시위 이후 정권을 장악한 과도정부 세력은 안으로는 대규모 유혈 사태의 조속한 안정에 힘쓰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에서는 9일 이번 유혈 시위 과정에서 숨진 희생자들에 대한 첫 장례식이 열렸다. 과도정부는 이날을 국가 추도일로 선포했다. 7일 유혈 충돌에서는 모두 75~1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상자는 1,5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도정부는 혼란을 틈탄 일부 약탈과 폭동을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8일 밤에도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중무장한 지지자들이 약탈을 막기 위해서라며 시내 곳곳에서 경고사격을 가하는 등 여전히 유혈 사태의 여진이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는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키르기스 과도정부 대표단은 9일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 관리들을 만난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과도정부를 이끄는 로자 오툰바예바 전 외무장관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푸틴 총리는 인도주의적 지원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과도정부의 실체를 인정했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키르기스 내 공군기지에 공수부대를 급파했다.
사태 초기 긴장된 모습이던 미국은 과도정부를 인정한 상태에서 관계 개선을 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맥폴 백악관 러시아 담당 고문은 "키르기스 사태는 반미 쿠데타가 아니다. 러시아가 지원한 쿠데타라는 증거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키르기스를 이끄는 이들은 우리가 오랫동안 접촉해 왔던 사람들"이라며 지지와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키르기스 과도정부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듯한 움직임이 나왔다. 오툰바예바는 "아프가니스탄에 물자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미 공군기지는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축출된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은 8일 영국 B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도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일 수도에서 탈출한 뒤 현재 남부 도시 오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직 대통령"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정황 상 수도 비슈케크에 그의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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