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에 참가하는 남자 대표팀의 막내 정영식(18ㆍ대우증권)은 ‘독사’로 불린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는 별명처럼 유망주 ‘3인자’에서 ‘1인자’로 올라서며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정영식은 서현덕(삼성생명), 김민석(KT&G)과 함께 한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 ‘동갑내기 3인방’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3인방’ 중에 가장 실력이 떨어져 그 동안 서현덕과 김민석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정영식은 지난해 고교 동문인 서현덕이 세계선수권 선발전 5위로 출전권을 따낸 것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정영식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출전 좌절의 아픔을 올해 깨끗이 설욕했다. 그는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 1, 2차전에서 7승1패로 1위를 차지, 상비군이 아닌 대표팀 본진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는 선발전에서 6위로 아쉽게 떨어졌는데 1등으로 선발돼 너무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서현덕과 김민석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정영식은 라이벌 경쟁에서 한 발 앞서 가며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운영 능력은 빼어났지만 파워가 떨어졌던 정영식은 김택수 대표팀 감독이 부임한 뒤 몰라보게 기량이 향상됐다. 그는 “태릉 입소 후 하체 트레이닝을 비롯해 파워 향상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움직임과 연계 동작이 많이 향상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중순 독일오픈 21세 이하 대회에서 8강 탈락 충격 후 마음을 가다듬은 정영식은 개별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며 마침내 생애 첫 태극마크의 꿈을 이뤘다. 첫 번째 꿈을 이룬 정영식은 독사 같은 매서운 눈빛으로 5월 세계선수권을 겨냥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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