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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들의 적응기 책으로 펴 낸 김하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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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들의 적응기 책으로 펴 낸 김하늘씨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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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항공사 사장이라면 탈북자를 승무원으로 뽑겠냐고 누가 반문하더라고요. 더 오기가 생기더군요. 하늘을 나는 걸 상상만 해도 제 심장은 이렇게 뜨거워지는데…."

한국에 온 지 올해로 8년. 김하늘(25)씨가 자신의 '남한' 적응기를 담은 책 <꽃이 펴야 봄이 온다> (민들레 발행)를 펴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7명의 친구들과 함께다. 책에는 승무원을 꿈꾸는 김씨를 비롯해 8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극복해온 고난과 꿈을 향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1985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어난 김씨는 지난 2002년 두 차례의 시도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첫 시도 때 적발돼서 보름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벌을 받았어요. 오른쪽 다리 신경이 끊겨 마비 됐죠. 그 다리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이송되면서 꼭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거쳐 어렵사리 한국에 입국한 것은 2002년 12월. 북한 국경을 넘은 지 꼬박 3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그 이후 겪은 고통이 수개월간 낯선 이국을 배회하던 시간의 고통보다 더 컸다"고 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다리를 진찰했던 의사는 '어려울 것 같다. 상태가 악화해 상반신 마비까지 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행히 다리는 몇 년 뒤 호전됐지만 그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했다. "하나원(탈북자 적응교육시설)을 나와 배정받은 집이 아파트 6층이었는데,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할 만큼 절망적이었어요."

하지만 김씨는 주위 사람들의 소개로 2004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셋넷학교에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탈북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그 곳에서 김씨는 영어 수학 국어 등의 교과과목은 물론이고 뮤지컬 공연,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조금씩 남과 경쟁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익숙해져 갔다. 그러는 동안 김씨는 어느덧 고통을 청춘의 보약으로 여길 줄 알 만큼 성숙해졌고, 마음의 병이 치료되면서 기적처럼 다리도 신경을 회복했다.

"지금은 탈북자라는 것이 오히려 '특권'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남한에서 자라서 남한친구들처럼 자랐으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고통을 경험한 덕에 그만큼 제가 더 단단해졌잖아요."

2005년 성균관대에 진학한 김씨는 올 초 이 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최근에는 항공 승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질주 중이다. 처음 태국에서 비행기로 인천에 도착하던 날 멀미로 고통스러워 하던 김씨를 보살펴주던 승무원의 친절을 잊을 수 없어서다.'김하늘'이라는 이름 역시 스튜어디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김씨가 고르고 고른 가명이다. 김씨는 "걱정해주는 분들이 주위에 적지 않지만 그럴 수록 의지가 더 강해진다"고 했다.

"승무원은 단지 희망진로가 아니에요. 그걸 해낸다면 그야말로 사선(死線)을 넘으면서까지 희망했던 꿈을 이루는 거예요. 꼭 넓은 세상을 보고야 말겠다는 그 꿈이요. 탈북자도 할 수 있다는 것, 꼭 보여줄 거예요."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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