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경제정책과제 추진작업이 사실상 '올 스톱'상태다. 6ㆍ2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자칫 정치적 악재가 될 수 있는 민감 쟁점현안들에 대한 결론을 정부ㆍ여당이 미루고 있는 탓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린 개혁과제에 관한 한, 정부도 국회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몸 사리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천안함 침몰 참사 같은 국가적 애사(哀史)도 겹쳤지만, "그래도 정부가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국유재산 관리체계 개선, 공기업 표준 연봉제 도입 등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경제개혁 정책들이 장기 표류조짐을 보이고 있다.
변호사, 약사, 회계사 등 전문 자격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면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정부는 선거 뒤인 6월 이후로 추진일정을 늦춘 상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국유재산 관리체제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겠다던 의욕도 주춤해졌다. 밥그릇(소관 국유재산 관리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부처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무리하게 상반기에 추진을 하지는 않겠다"며 물러선 것.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공기업에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고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던 정부 방침도 선거를 앞두고 노조 반발을 의식해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으며 신용ㆍ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작업도 전국 250만명 농협 조합원 표심 앞에서 지지부진하다.
선거 앞에 무력해지기는 개혁 과제 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표와 연결된 현안은 가급적 선거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공기업 혁신도시이전의 상징이랄 수 있는 LH(토지주택공사)의 지방이전은 선거 이후에 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국토해양부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선거를 앞두고 진주(구 주택공사 이전예정지)와 전주(구 토지공사 이전예정지) 중 어느 한 도시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심지어 장기공석중인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조차도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돌 정도다.
현 정부 취임 초엔 촛불정국 때문에, 작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주요 과제추진을 미룬 상황에도 또다시 선거를 이유로 연기한다면, 핵심 개혁과제들은 장기표류 할 수 밖에 없으며 자칫 현 정부 임기 내 추진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 자격사 제도 개선 같은 서비스 선진화는 일자리창출과도 맞물려 있다"며 "겉으로는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선거를 의식해서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선거 때만 되면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갈등의 소지가 있는 정책은 멈추는 관행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국민들도 어떤 것이 진정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잘 판단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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