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수도 방콕과 주변 지역에 7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5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했다고 AFPㆍ로이터 등 외신들 보도했다. 이에 대해 ‘레드셔츠’로 알려진 탁신 치나왓 전 총리 지지파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시위대는 ‘전쟁’을 선포하고 9일 또 10만 이상이 모이는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태한 상황으로 치닫는 정부와 시위대의 대립 양상만 보면 태국에 당장이라도 큰 파국이 닥칠 듯 보이지만 한발 물러서면 그렇지도 않다. 물론 2008년 5월부터 반 탁신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ㆍ일명 옐로셔츠)가 반정부 시위를 벌여 친 탁신계 정부를 무너뜨린 이후 4차례나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정국불안은 만성화 상태다.
하지만 태국증시가 지난 일년간 80% 상승해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상승률 3위를 기록할 만큼 경제는 아직 탄탄하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태국 주식 순매입은 18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레드셔츠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해 수텝 타웅수반 부총리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헬기로 피신하는 소동이 벌어졌던 7일에도 태국 증시는 상승했다.
더욱이 수도 방콕 도심을 한달 가량 마비시키고 있는 시위에도 정부는 좀처럼 강경진압에 나서지 않고 있다. 7일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5인 이상 집회금지 ▦법원의 허가 없이 최대 30시간 시위대 구금 등 강경조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차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당장 시위대에 대한 진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싯 총리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친 탁신계 집권당의 해체명령으로 선거 없이 총리직에 올라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아파싯 총리는 타협안으로 올해 12월 총선을 약속했지만, UDD 즉각적인 의회해산과 총선실시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장 선거가 치러지면 친 탁신계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만일 다시 친 탁신계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이번엔 친 왕당파 PAD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태생으로 옥스퍼드를 졸업한 45세의 아파싯 총리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아파싯 총리는 정국불안 때문에 7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 정상회담과 12일 미국 워싱턴의 핵 안보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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