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한 구체적 상황이 공식 발표됐다. 생존 장병의 생생한 증언도 공개됐다. 접적 해역에서 발생한 초유의 사태에 따른 불안과 혼란을 부추긴 주변적 의혹은 이로써 대부분 해소됐다고 본다.
이제는 정작 중요한 침몰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데 국가 역량을 기울일 때다. 정부의 더욱 신중한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 모두가 절제와 인내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혀낸 침몰 상황은 어지러운 혼선을 거의 말끔히 정리했다. 천안함은 지난달 26일 밤 9시22분,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북서쪽으로 6.3노트 속도로 기동하며 정상 초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야간 당직근무 29명이 함교 등에 정위치했고 함장과 기관장 등 비근무자는 각자 일을 보거나 휴식 중이었다. 구조된 승조원이 모두 평상 근무복이나 간편복 차림이었던 것과 일치한다.
사고는 함미에서 강력한 폭발음 또는 굉음과 함께 발생했다. 순간 함체가 요동치면서 오른쪽으로 90도 기울었다. 내동댕이쳐진 승조원들은 겨우 정신을 차려 캄캄한 격실에서 부서진 구조물을 헤치고 간신히 탈출했다. 출입구를 더듬어 찾았더니, 발 아래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바닷물이 들어차는 위급한 상황에서 다친 동료를 구출해 등에 업고 좁은 통로를 더듬어 탈출한 전우애는 눈물겹다.
조사결과는 무엇보다 발생시각 논란을 해소했다. 해군 2함대의 전술지휘체계(KNTDS) 분석결과, 천안함에서 자동 발신되는 위치신호가 밤 9시21분57초에 끊겼다. 지진파가 감지되기 1초 전이다. 그 이전의 통신은 정상이었다. 실종 승조원이'긴급상황'이라며 휴대폰 통화를 끊었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는 천안함이 평온한 상황에서 피격되거나 함체가 쪼개지며 침몰했음을 뒷받침한다. 또 함장과 승조원들은 위기에 침착하게 대처했다. 긴급 구조작업도 별로 책 잡을게 없다. 작은 허물을 빌미로 온갖 황당한 억측과 악의적 비난을 하는 것은 장병의 고통과 희생을 짓밟는 죄악이다. 생존 장병은 전우를 잃은 죄책감과 악몽 등 외상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천안함 침몰은 원인 불명과 북한 관련 의혹 등 위기적 요소를 여럿 지녔다. 여객기 추락 등에서도 테러 여부 등이 모호하면 곧잘 위기로 치닫는다. 이에 비춰 정부는 북한 요소를 강조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으로 비교적 위기 관리를 잘했다.
사회가 극심한 혼란을 겪은 것은 철없는 네티즌보다 보수와 진보세력이 저마다 이기적 속셈으로 합작한 탓이다. 보수는 지레 북한 요소를 과장하고, 진보는 군과 정부 불신을 근거 없이 부추겼다. 이제라도 사회 전체가 분별력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진상규명 이후 대북 조치 등의 벅찬 과제를 혼란과 위기 없이 감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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