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국제음악제'가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지난해 5월 첫 발자국을 찍은 이 행사는 올해 주제를 거장들의 재해석에 치중했다.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열흘 동안 매일매일 현대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주최측은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행사의 속내를 밝혔다.
이번 무대는 20세기 음악사에서 굵은 결절점을 만든 작품들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 실제 무대를 통해 보여주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 현대음악의 '상호교환성(intertextuality)'을 화두로 내건 이번 행사는 '비상(飛上)'이란 제하에 펼쳐질 개막 콘서트부터 긴장의 끈을 당긴다. 벤자민 브리튼의 '파사칼리아'가 한국 초연되는 것을 비롯, 2008년 '쇼팽과 그의 유럽' 음악제 이후 쇼팽 전문가로 부상한 얀 리치에츠키가 들려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이 첫날 펼쳐진다. 5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말러가 브루크너를 기리기 위해 지은 '피아노 4중주 a단조'를 토대로 슈니트케가 쓴 '피아노 4중주'가 연주돼 전통과 혁신이라는 예술사 근본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금호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 등, 5월 25일 금호아트홀.
5월 30일에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을 리스트가 피아노 협주곡 양식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 연주된다. 바흐를 재해석한 코글리아노의 '클라리넷과 현악4중주를 위한 독백' 또한 다시읽기의 묘미를 보여준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에 근거한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은 아시아 초연작이다. 쇤베르크의 현악4중주를 위한 협주곡 '공중 정원의 책'도 한국 초연된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작곡가 강석희씨와 그의 제자인 이신우 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의 작품이 나란히 세계 초연돼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각 진보성과 서정성을 대표하며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두 사제 작곡가의 작품이 잇달아 공연되는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23분 길이에 4악장으로 만들어진 이 교수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자신과 많은 음악적 교감을 나눠온 클라리넷 주자 김현곤씨와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교환해가며 쓴 곡이다. 이 교수는 "3악장의 기교적 부분에서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무조주의와 선법주의 등이 혼재하는 기교적 작품이라 연주자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낭만적 부분이 있어 일반 청중의 정서적 접근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현대음악이라면 지레 거부하는 관객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원로 작곡가 강석희씨의 '마림바 협주곡'은 20분 길이의 단악장 곡이다. 강씨는 "별로 아름답지 않고 전투적"이라며 "매우 빠른 속도에 여러 음악적 사건이 벌어지는 곡"이라고 압축했다. 그가 1년에 걸쳐 쓴 이 첫 마림바 협주곡은 최근 개발된 5옥타브 마림바를 위해 쓴 곡이다. 제자 이 교수의 것과 정반대의 음악이지만 작업 과정은 흡사하다. 파리에 있는 마림바 주자 한문경씨와 마림바의 악기적 특성, 연주기술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가며 완성했다. 사제의 신작은 5월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잇달아 공연된다.
이번 음악제의 국내 연주자들은 백건우, 김한, 박종화, 백주영, 신정희씨와 서울바로크합주단. 해외에서 폴레, 리웨이신, 상하이현악4중주단 등이 참가한다. 1544-5142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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