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여자처럼> 책 낸 패션계 마당발 프랑스여자처럼>
"카를라 부르니가 영부인이 됐을 때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가수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영부인이지만 내조자에 머물지 않을 만큼 자기 세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믿음을 갖추고 있다는 거 대단하잖아요. 프랑스 여성들이 특별한 건 그 강렬한 자의식 때문인 거죠."
패션칼럼니스트에서 저술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일궈낸 심우찬(사진)씨가 세번째 책 <프랑스여자처럼> (시공사 발행)을 내놓았다. 프랑스여자처럼>
여성에 대한 시대적 편견에 도전한 시몬느 드 보부아르, 스스로의 신념과 자유를 위해 영부인의 영예를 벗어던진 세실리아 사르코지, 프랑스 여성들에게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한 낙태법의 탄생을 이끈 시몬 베이유 등 강렬한 자의식으로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거나 살고 있는 여성 30명의 삶을 프랑스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곁들여 깊이 들여다본 책이다.
지난 해 1월 '딱 3개월이면 되겠지'라며 가볍게 시작한 집필작업에 장장 1년여를 푹 빠져 살았다는 심씨는 "이번 작업을 통해 인생의 한 획을 그은 느낌"이라고 했다.
"제 삶에선 화려한 패션계가 전부였고 그 안에서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시달렸어요.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정말 중요한 건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주관에 따라 자기 인생을 사는 것,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지요."
그래서일까, 패션칼럼니스트가 썼지만 책에는 패션계 인물로는 가브리엘 샤넬이 유일하게 다뤄졌다. 심씨는 "패션은 전에는 죽고 못사는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환멸 덩어리"라며 "비로소 패션계의 울타리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고 했다. 패션계의 마당발이자 소문난 럭셔리 중독자,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대부분의 남자들이 화장이라면 질색하던 시절, 그는 도자기 피부와 그윽한 눈매를 위해 화장에 공을 들였고 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등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패션계의 대변인격이었던 인물의 변화라 꽤나 놀랍다.
"세계 패션산업의 흐름이 바뀌었어요. 루이비통그룹, PPR 같은 거대 기업의 입맛에 맞춰 스타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됐어요. 개천에서 용 안 나는 건 대한민국 입시뿐 아니라 세계 패션계의 흐름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뻔한 세상에서 하이힐의 굽이 15cm에서 17cm로 바뀌었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앞으로는 치열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간 여성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더 주력할 계획입니다."
심씨는 지금까지 <파리여자, 서울여자> <청담동 여자들> 이라는 책을 냈다. 청담동> 파리여자,>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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