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신드롬(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선 뒤 우리 정치사를 복기해 보면 신드롬의 실체를 알 수 있다.
모든 집권세력이 집권 3년차에 정계개편을 시도했거나 추진했다. 노태우 정권은 1990년 김영삼, 김종필씨 등과 손을 잡는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민자당)을 창당했다. 김영삼 정권은 1995년 민자당에 새 옷을 입혀 신한국당을 만들어냈다. 이어 김대중 정권은 2000년 새정치국민회의에 다른 세력들을 더해 새천년민주당이란 신당을 창당했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첫해에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데 이어 집권 3년차인 2005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다. 물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거부로 대연정은 실현되지 않았다.
네 정권 모두 임기 중반에 정치권 새판짜기를 시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집권 3년차의 유혹'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필 3년째에 비슷한 일들이 자주 벌어질까. 우선 5년 단임 대통령이 집권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권 중반기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판짜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집권 2년 간의 국정운영을 통해 얻어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치지형 변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3년차 현상은 MB정권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이겨서 정계개편을 추진할 수도 있고, 지방선거에서 패해서 국면 전환을 노릴 수도 있다.
지방선거 이후의 변화 조짐은 최근 몇 가지 움직임을 통해서 감지할 수 있다. 하나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제기한 '지방선거 이후 개헌 착수론'이다. 만일 개헌론이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론 등과 맞물려 힘을 얻게 되면 정계개편의 싹이 틀 수 있다. 여야의 정치세력들이 개헌을 고리로 새로운 짝짓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신당 논의가 무르익을 수도 있다. 또 친박근혜 성향의 인사들이 만든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가 최근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선언한 것도 정치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방선거 후에 집권세력의 내부 갈등이 다시 불거진다면 정계개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세종시 문제로 한바탕 내전을 치른 친이계와 친박계는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내홍이 극대화되면 두 계파 내부에서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청산하고 아예 갈라서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집권 말기로 갈수록 '분당론' '신당 창당론' 주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년 초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정면 대치했을 때도 "이럴 바에는 차라리 분당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여당 일부에서 흘러나왔다.
게다가 역대 정권의 집권세력이 예외 없이 신당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MB정권도 'MB정당'을 만들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노태우 정권 이후의 신당 창당 사례는 앞에서 거론했지만 그전에도 이승만 정권은 자유당, 박정희 정권은 민주공화당, 전두환 정권은 민주정의당을 각각 만들었다.
현정권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 MB 정권은 집권 3년차의 정치 유혹을 떨쳐버리고 국정 운영에 매진하는 게 좋겠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 영국의 노동당 보수당과 같은 '백년 정당'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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