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공공 기관의 전산장비 및 소프트웨어 설치 등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전담하는 대기업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국내 저가 입찰 시비에 이어 해외사업에서도 서로 물고 뜯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정보기술은 최근 SK C&C를 상대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형사 고소를 했다. 사건의 발단은 카자흐스탄이 지난해 11월에 발주한 2011년 동계아시안 게임의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쌍용정보통신 관계자는 "여러 국제 대회에 참여하며 쌓은 영업비밀을 SK C&C가 자사 직원들을 데려가 제안서의 50% 이상을 그대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SK C&C 관계자는 "쌍용정보통신 직원들을 데려온 것은 맞지만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인터넷에 많이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반박했다.
양 사는 지난달 말에도 여수 u-엑스포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둘러싸고 저가 입찰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쌍용정보통신 관계자는 "예산 규모가 377억원인 이 사업에 SK C&C에서 226억원에 입찰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 부실 공사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고, SK C&C는 "차액인 120억원에 해당하는 초고속인터넷 망을 설치해 준 뒤 행사가 끝나면 회수하기로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LG CNS도 지난해 서울시가 발주한 주요 도로 교통관리시스템 설치 공사에 중소 업체를 들러리로 세워 공사를 낙찰받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 담합 혐의로 25억원의 과징금을 4일 부과 받았다.
SI업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공사를 수주하려고 한때 1원 입찰까지 벌인 적이 있다"며 "업체 선정시 전문성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고, 업계도 기술력 개발 등 실력으로 승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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