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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새로운 사극의 시대 '동이'가 가야 할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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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새로운 사극의 시대 '동이'가 가야 할 길은…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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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가 MBC 월화드라마 '동이'로 훗날 숙빈 최씨가 되는 동이(한효주)와 장희빈(이소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흥미롭다. 바로 그 자신이 '장희빈'으로 대변되던 기존 사극의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PD가 MBC 드라마 '허준', '대장금'등을 만들면서 사극은 왕이 아닌 그 주변인물이 주인공이 됐고, 정치가의 권모술수 대신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물론 이 PD는 '동이'를 기존의 '장희빈'과 다르게 전개한다.

'동이' 의 핵심은 천민 출신 동이의 성공담이고, 동이는 장금(이영애)처럼 온갖 기지를 발휘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똑똑한 여자다. 숙종(지진희)도 왕의 근엄함과 함께 때론 능글맞은 웃음을 지을 줄 아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졌다. 이 PD는 숙빈 최씨를 통해 한 개인의 드라마틱한 성공을 극대화시키고, 숙종으로 현대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까지 가미한다.

그러나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줄이려는 이런 시도는 오히려 그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동이'에서 동이는 단지 천민이 아니라 천민조직 '검계' 수장의 딸이자 '천을귀인'의 운명을 타고났다.

또한 동이가 후궁이 되는 이야기가 극을 이끌면서 작품의 중심은 궁중 가무를 담당하던 장악원이 아닌 궁으로 옮겨졌다. 작위적으로 느껴질 만큼 캐릭터의 운명이 강조되고, 드라마를 이끄는 건 주인공의 일이 아닌 권력자의 권모술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PD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면서 자신이 끝낸 '장희빈'의 시대를 다시 불러냈다. 이 PD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양반에 저항하는 천민 조직을 등장시키면서도 천민이 후궁이 되는 것을 성공이라 말한다.

'장희빈' 시대의 사극이 여성을 권모술수를 쓰는 악녀로 그리는 한계에 그쳤다면, '동이'는 천민과 '천을귀인'이 정해져 있고, 성공이 곧 신분상승이라는 인식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동이'는 이 PD의 'Ver 0.9'다. 새로운 요소는 추가됐지만, 업그레이드대신 다운그레이드가 된 것이다. 이미 KBS2 수목드라마 '추노'가 저잣거리의 민초들을 통해 사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않았는가. '추노'의 시대에, 이 PD은 사극의 과거, 현재, 미래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걸쳐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건전한 직업윤리를 가진 사람의 자기 완성이라는 이 PD 고유의 미덕은 희미해졌다. 이 PD에게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이야기나 설정이 아니라 시대를 읽어내는 눈 아닐까. '추노'의 노비들이 세상을 휘저은 지금, 이 PD는 무엇을 보여줄까.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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