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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예수' 펴낸 박총씨 "예수도 불의 앞에선 욕 퍼부어…한국 교회, 화낼 일엔 화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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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예수' 펴낸 박총씨 "예수도 불의 앞에선 욕 퍼부어…한국 교회, 화낼 일엔 화 내야"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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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내 입맛에 맞게 길들여서는 안 됩니다. 대신 나를 그분 입맛에 맞게 변화시켜야 합니다." 긴 흰 옷에 금빛 구레나룻을 기르고 어린 양을 안은 인자한 표정의 목자. 정형화된 예수의 모습이다. 실제로는 그가 입담 걸쭉하고 술꾼인데다 파티 즐기고 투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안락의자에 앉은 중산층 그리스도인'들은 퍽 불편해할 듯하다. 한 젊은 신학자가 그 불편한 시선을 무릅쓰고 "예수의 얼굴을 조금 더 정직하게 대면하자"며 <욕쟁이 예수> (살림 발행)를 냈다.

저자 박총(40)씨는 캐나다 기독교학문연구소와 토론토대 신학부에서 문화신학을 전공하고 있는 기독교인. 토론토에서 보내온 이메일에서 그는 "보수적 교단에 속해 있다"며 "한인 교회에서 전도사 노릇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가 성경을 통해 드러내는 예수의 면모는 충격적일 만큼 적나라하다. 예수의 신성만 부각시켜온 한국 교회의 통념을 벗어나 그는 예수의 인성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 교회는 예수의 일상성과 육체성에 대해 생각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빈민가의 장남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예수, 건강한 남자로서 정욕을 견디는 예수, 불의에 욕사발을 퍼붓는 예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동행할 만한 예수'가 없는 거지요. 그러나 초대 교부 이레니우스는 '그리스도가 인생의 모든 단계를 거쳐 만인에게 하나님과의 교통을 회복시켜 주셨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닮기를 바라고 있는 예수의 모습은, 어쩌면 반쪽짜리 예수인지 모릅니다."

책에서는 예수가 내뱉는 육두문자와 "마땅히 화를 내야 할 일에도 화를 내지 않는" 한국 교회의 모습이 대조된다. 박씨는 예수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사회에서 날것으로 노출되는 기층민의 분노 속에도 하나님의 경고가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에는 내적 평안과 영적 회복에 관한 메시지는 넘쳐나지만 의분을 일으키는 말씀과 찬양이 없다"며 "안타까운 말이지만 교회 나와 예수 잘 믿을수록 사회적 자폐증 환자가 되기 딱 좋다"고 꼬집는다.

책의 표현과 내용은 발랄하지만 그 속에 담긴 한국 기독교의 현실은 엄혹하다. 박씨는 교세 감축이라는 위기감과 동시에 독일 신학자 도로테 죌레가 얘기한 '기독 파시즘'의 위험이 한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른바 '민족복음화'의 열정이 기독교국가화의 꿈으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5,000만 국민 중 단 한 명이라도 내키지 않는 기독교 교육을 받는 것은 하나님이 원치 않으시는 일입니다. 요한복음에 기록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리라'는 말의 진짜 뜻을 되새겨 봐야 합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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