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더 공부하면 성적은 당연히 오른다”
이런 생각으로 재수 생활을 시작했다면 착각이다. 입시 전문가들과 재수생활을 거친 ‘선배’들은 “재수가 성적상승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올 입시에는 어느 때보다 재수생의 입지가 좁아진다. 대입에 도전할 고3 수험생만 3만 명 늘어난데다 상당수 대학들의 수시 모집 인원이 전체의 60%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재수생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정시 전형의 비중은 그만큼 줄었다. 그럼에도 재수를 다짐했다면 그 어느 때보다 필승 전략이 요구된다.
재수 생활에서는 어떤 부분에 유의해야 할까. 선배들의 실패담을 통해 재수 성공 비법을 찾아보자.
지난 성적표는 지워라
재수를 시작하면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자신의 위치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높은 성적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신의 실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고3 수험 생활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재수를 거치더라도 지난 성적만큼도 받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첫 수능에서 성적이 좋았지만 ‘운이 좋지 않아’ 아쉽게 명문대 입시에서 떨어졌다고 판단한 B씨는 이미 수준 이상의 실력이 쌓였다고 생각했다. 고3때 보다 현저히 적은 공부량을 유지한 그는 지난해 입시에서 명문대는커녕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점수를 받았다.
재수생은 고4라는 생각으로
재수 기간은 유혹도 많다. 동갑내기들이 대학생이다. 고교생들과 다르게 ‘성인’ 취급을받는다. 친구들과 휩쓸려 다니다 보면 본분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박모(24)씨는 재수를 실패하고 군대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박씨는 “재수학원 주변엔 서점보다 PC방, 당구장, 술집 등 유흥시설이 더 많다”며 “학원이 아무리 학교처럼 운영되더라도 학교와는 차이가 있고, 결국 개인의 뚜렷한 의지가 없다면 재수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언어의 신’, ‘수리의 신’ 등 과목별로 두각을 보이는 학생들 중에는 정작 수능 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막판에 부족한 과목에 집중한다는 생각에 평소 잘하던 과목을 놓아버리는 실수를 할 수 있다. 과학고 출신으로 수학 과학에 남들보다 자신했던 김모씨는 재수기간 동안 모의수능 과학탐구영역에서 단 한 문제도 틀려본 적이 없었으나, 정작 본 수능에서는 7개 이상을 틀려 3수를 시작했다.
홀로 공부하면 슬럼프도 길어
A군은 재수생활을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며 보내다 수험생활에 실패한 경우다. 고교 3년 동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던 A군은 더 이상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집 가까운 독서실에서 독학으로 재수생활을 보냈다. 처음 얼마간은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슬럼프는 갈수록 길어졌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종합반 학원에서 공부하는 습관에 문제가 있는 학생은 기숙 형태 학원을 찾기를 권하지만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