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년, 길어도 5년 안에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으로 떼돈을 버는 '대박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결국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산은경제연구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은 최근 '부동산 불패 신화'에 도전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냈다. 결론은 ▦당장은 아니지만 인구 구조와 소득 대비 집값 수준 등을 볼 때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하는 '대폭락' 시나리오보다는 완만한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연구기관들이 '주택가격 대세하락'을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구조 변화. 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요인 점검 및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시장 최대 수요 연령층인 35~55세 인구가 내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2010년 현재 35~55세는 총인구의 35.3%(1,727만명)를 차지하고 있으나 2011년부터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이들 최대 주택수요층이 감소하면서 주택가격도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도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로 35~55세 인구가 감소한 시점과 주택가격 하락 시점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집값과 부담스런 수준의 가계부채도 대세 하락설의 근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서울에서 평균 소득의 근로자가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13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66㎡짜리 한 채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으로 집을 못 사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0년 83.7%에서 2008년 139.9%로 급등해 추가 대출여력도 많지 않은 상황.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결국 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논리로 산은경제연구소는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보고서에서 국내 주택시장 상황이 과거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가구소득 대비 12.64배라면서 "2006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 때보다 정도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집값이 완만하게 하락할지, 대폭락할 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는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만약 대출규제완화 등으로 집값이 '마지막 불꽃'처럼 타오르며 단기 급등할 경우엔 2015년께 한꺼번에 공급될 수도권 신도시와 재건축ㆍ재개발 물량이 도화선이 돼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체적 의견은 점진적 하락 쪽이다. 35~55세 인구의 감소속도가 느린데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수도권 집중 현상 등으로 가구 수 자체는 상당기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0년까지 국내의 35~55세 인구는 총 인구의 33%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의 실수요층은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크게 폭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예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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