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소개해주고, 결혼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제게 연애상담을 청하는 남녀가 적지 않습니다. 같은 남자로서 조언을 구하고, 남자의 마음을 묻습니다. 1~2년 이상 연애를 했고 별 문제도 없건만 결혼 얘기만 나오면 남자가 확답을 안 한다며 고민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과연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느냐는 것이지요.
일정기간 교제를 했는데, 남자가 이렇다 할 이유 없이 결혼을 늦춘다면 이유는 대개 한 가지입니다.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결혼할 돈이 없는 것입니다. 최근 이런 커플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평균 결혼비용이 1억원을 넘긴 지 이미 오래입니다. 문제는 남성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사실입니다.
신혼부부가 살 집부터 볼까요?
지난해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주택비용을 조사했습니다. 놀라운 결과가 나오더군요. 평균 주택비용이 1억2,000만원 이상이었습니다. 신랑이 5,400여만원, 신부는 900여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액수가 지나치게 많은 데다 또 신랑이 신부보다 5배 이상 더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관례로만 받아들여야 할른지요.
남성의 결혼연령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본다면, 그 나이 때까지 과연 얼마를 모을 수 있을까요.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도 길어야 5년이고, 그동안 열심히 벌었다고 해도 5,000만원이 채 못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주택비용으로만 5,400만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드니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 사이에 결혼건수가 38만쌍에서 33만쌍으로 무려 5만쌍이나 줄었습니다. 인구 감소도 이유가 되겠지만, 이 같은 급감추세는 결혼 소외계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결혼의 모라토리엄, 즉 일종의 지급유예가 빚어지고 있는 국가입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결혼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순전히 부모의 지원 덕분입니다.
신랑측 집안이 주택마련에 4,900여만원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식 하나 결혼시키려면 기둥 뿌리가 흔들린다는 말, 실감나지 않습니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런 식으로 겨우겨우 결혼이 성사돼왔습니다. 하지만 10~20년 후를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연금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지요.
지금 세대의 부모와 달리, 앞으로의 부모는 자녀의 결혼을 도울 수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출산, 결혼연령 상승, 골드미스 등 신종 사회문제들의 공통 숙주, 바로 과다한 결혼비용입니다.
특히, 남자 쪽의 부담이 심각하게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이 숙주를 방치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되게 마련입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여성들에게 제안합니다. 결혼할 때 예단 비용을 줄여 집 사는 데 넣으면 어떻겠습니까. 남성들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이 큰돈을 들여 결혼하면 그 부담의 일부는 결국 결혼 후 아내에게 전가될 수 있습니다.
또 부모의 부담이 커지면 자식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고요.
신혼집을 장만하면서 온 집안이 휘청거릴 바에야 차라리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작게 출발하라고 권합니다. 사귀는 남성에게 넌지시 제의하십시오. 예단과 예식 비용을 아껴 집 장만에 보태자고요. 아마, 더욱 사랑 받을 것입니다.
■ 남녀본색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2009년에 결혼한 국내 신혼부부 356쌍을 대상으로 주택비용 마련 방법과 액수를 조사했다. 평균 주택비용은 1억2715만원이었다.
신랑측과 신부측의 부담비율을 보면, 신랑 87.5%, 신부 12.5%였다. 액수는 신랑이 1억1,124만원,
신부가 1,591만원으로 신랑의 부담이 신부보다 7배 가까이 됐다. 신랑측의 부담 액수는 신랑 본인 5,458만원, 집안 4,918만원, 대출융자가 748만원이었다. 신부측은 신부 본인 908만원, 집안 567만원, 대출융자가 116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랑측의 경우 5,458만원이라는 본인 부담도 크지만, 집안이나 대출융자로 마련하는 비용이 그보다 더 많은 5,666만원에 이른다. 이 부분 역시 신랑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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