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여 앉아 개그 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를 보면서 웃음꽃을 피우곤 했다. 교복을 입은 사춘기 아들과 부모가 밥상에 마주 앉아 나누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바로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안방을 지켰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대화가>
가장으로서 권위를 인정받고 싶은 '한국형' 아버지는 삐딱한 아들과 고집 센 부인이 못마땅하고 의사소통 기술마저 부족하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의 서운한 마음을 들어주고 자신의 감정도 서툴게 표출하면서 잘 살아보려고 무던히 애쓰는 모습이 찡한 감동을 주었다.
정신건강ㆍ 학업에도 좋아
이러한 노력은 바로 이 부모의 강점이다. 자녀와의 친밀감을 강화시켜 자녀의 우울증을 예방하고 정신건강을 지키는 에너지이며, 서로 터놓고 소통하는 밥상 대화를 통해 매일 충전될 수 있다. 아이들이 항상 갖고 다니는 티머니처럼 자녀행복 카드가 만들어져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시간만큼 충전되면, 자녀의 지킴이가 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이 보스턴에 거주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85가구를 선정하여 아동발달을 종단 연구한 결과, 가족식사 횟수와 밥상 대화 내용이 자녀의 언어발달과 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부모의 소득이 낮더라도 가족식사 횟수가 많고 밥상에서 설명식 대화를 많이 했던 아동은 그렇지 않은 중산층 아동보다 다양한 어휘습득 능력과 언어구사 능력이 더 높아져 학교성적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콜롬비아 대학교 약물오남용 예방센터가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5회 이상 가족식사를 하는 청소년이 B학점 이상 받은 비율이 12배 더 높게 나타났고, 약물남용 청소년이 가족식사를 주 1회 이상 경험 후 마약사용량이 경험 전보다 50% 감소되었다.
미국의 연구결과는 국내에서도 검증되었다. 구로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조사(2009) 결과, 서울시 중고등학생 1,316명 가운데 50%는 아침식사를 거르고 20%는 저녁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의 20%는 '혼자 먹기 싫어서'결식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부모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늦은 귀가, 방임적 양육태도 등으로 자녀 혼자 저녁을 차려 먹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 조사는 선행연구들과는 다르게 저소득층만이 아닌 중산층 이상 가정도 포괄하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족식사 횟수가 가족의 응집력과 자녀의 우울감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와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횟수가 적을수록 가족의 응집력을 떨어뜨려 자녀는 더 우울하고 공격적이며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 충전하는 가정교육
실제로 결식하는 아동은 신선한 야채, 과일, 생선을 골고루 먹지 못하고 라면, 빵, 과자와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식사로 대용한다. 영양학 관련 선행연구 결과, 야채와 과일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과 생선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의 결핍은 정서조절 능력을 제한하여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8% 더 높게 나타났다. 철분과 필수아미노산의 결핍은 기억조절 능력을 제한하여 주의집중력과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학습부진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부모는 적어도 주 5회 이상 자녀와 밥상에 마주 앉아 야채와 생선을 포함해 골고루 먹으며 20분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곧 자녀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며, 사교육보다 더 중요한 가정교육이다. 가족은 바로 밥을 함께 먹는 식구(食口)를 의미하며, 밥상 대화를 통해 사랑을 서로 확인하고 힘을 모을 수 있다. 자녀의 행복은 가족의 식사횟수가 많을수록 더 많이 충전된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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