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모 은행 카드담당(회원센터) 팀장인 송모(45)씨는 지난해 3월 신문광고에 난 대출광고를 보고 머리를 굴렸다. 이 대출업자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기행각을 벌일 줄 알고, 이를 역이용해 돈을 빼돌릴 방법을 구상한 것이다.
송씨는 대출업자가 사기에 쓸 '대포통장'이 필요할 걸로 생각하고 광고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통장을 빌려주겠다고 접근해 통장 8개와 체크카드 8개를 만들어주고 100만원을 챙겼다. 송씨는 자신도 통장 입금액을 빼낼 수 있게 체크카드를 한 개씩 더 만들고, 휴대전화 메시지로 통장 입출금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UMS(통합메시징 시스템)까지 신청하는 등 치밀한 작전을 짰다.
이후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가 통장에 돈을 입금한 것을 UMS로 확인한 송씨는 통장을 지급 정지시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돈을 꺼내지 못하도록 한 뒤 자신이 다시 정지를 해제해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590여만원을 빼냈다. 하지만 최초 피해자가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송씨의 지능범죄는 여기까지였다.
송씨는 지난해 7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은행에서 해임됐고, 도피생활 와중에도 생활정보지 등에 대출을 해준다는 허위 광고를 내 10여명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200만~300만원씩 총 1,000여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5일 송씨를 횡령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결과 송씨는 2001년부터 대출 사기 등을 상습적으로 벌인 사기 전과자였으나 은행 측은 송씨의 전과사실 등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져 행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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