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부동의 수문장 이운재(37ㆍ수원)의 부진이 지속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운재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쏘나타 K리그 2010 6라운드 경기(1-3)에서 전반 24분부터 8분간 세 골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장을 찾은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빡빡한 일정 탓으로 보이지만 염려스럽다"고 이운재의 부진을 걱정했고, 김현태 대표팀 골키퍼 코치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장면에서 계속 골을 내줬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월드컵 같은 토너먼트 승부에서 골키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운재의 부진에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운재의 입지가 대표팀에서 절대적이었다는데서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1994년 A매치에 데뷔한 이운재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대표팀 부동의 수문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서도 골키퍼 자리만큼은 경쟁의 무풍지대였다. 국제 무대에서 이운재의 관록을 대신할 만한 재목을 찾지 못한 탓이다.
2006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핌 베어벡 감독은 한동안 김영광(울산)과 김용대(서울)를 번갈아 A매치에 중용했다. 그러나 2007년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결국 이운재를 다시 찾았다. 이운재는 2007년 아시안컵 본선에서의 음주 파문으로 1년간 대표팀 자격 정지를 받았다. 취임 후 김용대와 정성룡(성남)을 골키퍼로 기용하던 허정무 감독은 이운재의 징계가 풀리자마자 대표팀에 그를 복귀시켜 붙박이 수문장으로 삼았다.
이운재가 대표팀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까닭은 경험에 더해 후배들에 비해 처지지 않는 운동 능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운재의 모습은 전성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순발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문전에서 여유도 없어졌다.
이운재는 올 시즌 K리그 5경기에서 15골이나 내줬다. 골을 많이 허용한 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신의 실책으로 비롯된 실점이 많다는 점이다. 이운재는 3월 6일 부산전에서 수비수의 백 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을 내줬다. 5일 서울전에서 정조국의 결승골도 비슷한 상황에서 연출됐다.
이운재가 현재 상태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그의 경험을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에게 경험은 소중한 덕목으로 평가되지만 일천한 경험으로도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도 있기 때문이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을 이끈 세르히오 고이코체아가 대표적인 예다. 백전노장 네리 품피도의 부상으로 조별리그 3차전부터 골문을 지킨 고이코체아는 신들린 선방으로 8강전과 준결승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며 대회 최고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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