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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번의 고전 '로마제국 쇠망사' 국내 처음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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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번의 고전 '로마제국 쇠망사' 국내 처음 완역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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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이 쇠퇴해 가는 과정을 실증적이고 유장한 문체로 서술한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로마제국 쇠망사> (민음사 발행) 완역본이 모두 6권으로 완간됐다. 2008년 7월 1, 2권이 출간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이전에 나온 국내 번역본은 축약본이거나 일어판 중역본이었다. 민음사는 "이번 번역본은 아일랜드 역사가 J B 버리의 1995년 편집판을 저본으로, 원저에 실린 4,700여 개의 각주 중 본문 이해에 지장이 없는 300여 개를 제외하고 모두 번역한 명실상부한 완역본"이라고 말했다.

<로마제국 쇠망사> 는 1776~1788년 12년에 걸쳐 6권으로 출간됐다. 20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로마제국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문헌으로 꼽힌다.

영국군 장교로 복무하기도 했던 기번은 문필가의 길에 들어서기로 마음먹은 뒤 1764년 유럽여행 중 로마의 폐허를 목격하고 로마사 집필을 결심했다.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스페인어, 히브리어에도 능통했던 그는 수많은 원사료를 체계적으로 섭렵, 트라야누스 황제 재위기인 서기 98년부터 서로마제국의 멸망, 동로마제국의 창건과 멸망으로 이어지는 1,400여년 간의 로마사를 '연속'의 역사로 꿰뚫어보며 우아하고 세련된 문체로 서술해 문명을 떨쳤다. 그는 하원의원을 지내기도 했으며 평생 독신을 지켰다.

이 책은 기번 당대는 물론 후대의 수많은 역사가, 문필가, 정치가들의 호평을 받은 고전이다. 학업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했던 처칠이 고등학교 시절 하루 5시간씩 이 책을 읽으며 정치가의 꿈을 키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도 옥중에서 이 책을 읽은 경험을 "흐르는 듯한 선율의 문장을 어떤 소설보다 몰두해 읽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버트런드 러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등 수많은 명사들이 애독서로 손꼽은 책이다.

정치문화의 부패, 지리적 구조 등 로마제국의 쇠망 원인은 다양하게 꼽히지만 기독교에 주목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내세에 대한 소망을 갖도록 하는 기독교가 로마 시민들로 하여금 현세의 로마제국에 열렬히 충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제국의 쇠망을 재촉했다는 것이 기번의 기본 사관이다. 이런 관점 때문에 기번은 책 출간 후 기독교의 맹렬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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