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첫 상견례에서 긴밀한 정책 공조를 다짐했다. 한은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정부측을 만나 공조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런 만큼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는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칼자루를 쥔 두 사람이 위기관리 과정에서 완벽하게 보조를 맞추자고 약속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런'찰떡 궁합'이 지나쳐 출구전략 등에 대한 한은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을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동 후 윤 장관이 생산적 논의와 인식의 일치를 강조한 반면, 김 총재는 "많은 대화를 통해 좋은 정보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 우리경제가 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내수 및 수출, 생산 등에 개선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금리나 출구전략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현실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피하고 큰 틀의 정책공조 공감대 마련을 위한 자리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총재에 대해 '순치된 비둘기'혹은 '747팀의 부활'이라는 등 시장 의구심이 식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윤 장관을 만나 덕담만 나누며 손뼉을 마주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이 자리에서 김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4.6%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5% 안팎의 성장을 예상하면서도 13개월째 2%에 묶여 있는 금리의 적정성이나 출구전략의 필요성 여부를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김 총재는 주말로 예정된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의식해 말을 아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신중함이라면 윤 장관과의 회동 자체도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다. 대통령이 주문하고 김 총재가 강조하는 'G20 의장국에 걸맞은 중앙은행 역할'이라는 것도 성격이 모호하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뚜렷한 철학 없이 공조만 강조하다 보면 금리는 확장론자 일색의 정부에, 환율은 환율주권론자들이 장악한 청와대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임 총재가 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갔는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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