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30분 천안함 생존 장병 57명이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경기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수도병원 기자회견장은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 기자가 장병에게 첫 질문을 했으나 누구 하나 선뜻 대답을 하려 하지 않았다. 기자석을 마주 보고 15석 4줄로 앉은 57명의 장병은 기자회견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중상을 입은 한 명이 참가하지 못했지만 큰 외상을 입은 장병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건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실종 동료 생각에 대다수 장병들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일부는 울음을 참으려는 듯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장병들에 대한 질의문답 시간에 앞서 국군수도병원장이 환자들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했다. 병원장은 설명 말미에 "환자들이 불안, 불면증, 죄책감 등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태여서 앞으로 전개될 사고원인 분석, 선체 인양 결과에 따라 다양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기자들에게 민감한 질문을 지양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이들은 자신의 임무와 관련됐거나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비교적 차분하게 답변했다. 사고 원인과 사고 이전 상황에 대해서는 그간 군 발표를 되풀이하는 듯한 답변으로 일관, 항간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구조 순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 함체 결함 여부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미(艦尾) 부분에 있는 체육시설에 갈 때는 주로 어떤 복장을 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던 전준영 병장은 "운동을 할 때는 보통 내의와 반바지를 입는다. 만약 운동을 하러 갔다면…"이라고 한 후 눈시울을 붉히며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최원일 함장은 '어뢰나 기뢰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하는 질문에 "정말 답답한 심정이다. 세상이 생명과 같은 천안함을 제발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줬으면 감사하겠다. 아직도 옆에 있는 듯 장병들이 가슴에 묻혀 있다. 누구보다 슬퍼할 실종자 가족들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최 함장은 회견이 끝나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사고 순간과 실종되거나 희생된 장병들이 생각나는 듯 끝내 눈물을 쏟았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회견 중 일부 장병은 장시간 앉아있는 것에 대해 고통을 호소해 의료진이 중간에 안정을 취하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편 천안함 침몰 사건의 합동조사 결과 발표를 TV로 지켜본 시민들은 침몰 원인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데 대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이날 기자회견은 배 기능에 이상 없었고, 함장을 비롯한 전대원은 현명하고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침몰 원인은 모른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고 꼬집었다.
대학원생인 서상엽(31)씨는 "기존에 군이 발표한 내용과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기자회견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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