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을' "인류 종말 상상하다가 쓴 소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을' "인류 종말 상상하다가 쓴 소설"

입력
2010.04.05 09:20
0 0

/ 박솔뫼 지음 / 자음과모음 발행ㆍ224쪽ㆍ1만원

국적을 알 수 없는 호텔에 투숙하는, 역시 국적과 정체가 불분명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로,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인물과 배경의 불확실성이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소설엔 단 한 번의 살인 사건 외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독자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좀체 눈을 뗄 수 없다. 신예 작가 박솔뫼(25)씨의 실험정신과 공력이 두루 느껴지는 개성있는 소설이다.

박씨는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종말을 맞을지를 상상하다가 떠올린 이미지로 써내려간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 이미지는 등장인물이 본 영화의 형태로 소설에 삽입됐다. 멸망을 앞둔 지구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부녀(父女) 앞에 젊은 남자가 나타난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고 먹는 일과 근친 섹스에만 탐닉하던 두 사람의 일상은 끝나고, 셋은 생존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간다. 그러나 이들의 건전한 생활은 찌른 자와 찔린 자를 알 수 없는 살인으로 막을 내리고, 남은 두 사람은 다시금 순간의 쾌락에 매달리는 생활로 돌아간다. 누가 죽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을> 의 등장인물들은 소설 속 이 영화의 세 사람을 닮았다. 을과 민주, 윤과 바원, 프레니와 주이, 각각 연인 사이인 이들의 관계는 또다른 사람을 친구로 맞으면서 파국을 맞는다. 이들을 갈라놓은 자는 새 친구가 아니라, 그의 출현을 계기로 몰랐거나 못본 척해온 문제들과 직면하게 된 바로 그들 자신인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poe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