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스턴버그, 카린 스턴버그 지음ㆍ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발행ㆍ368쪽ㆍ1만5,000원
나치의 유대인 학살, 보스니아의 인종 청소, 르완다의 종족 분쟁, 9ㆍ11테러 등 잔인한 인간 행동의 배후에는 증오라는 감정이 놓여있다. 증오는 집단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개인 간에도 숱한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도 증오는 공격성 등 다른 특성의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적이 되었을까?> 에서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들은 증오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이론화를 시도한다. 증오는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친밀감의 부정, 열정, 결정ㆍ헌신이라는 3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랑이라는 감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는>
친밀감의 부정은 상대방에 대해 정서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것. 보스니아의 개신교도와 이슬람교도, 이라크의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세월 잠복해 있다가 순식간에 복수심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증오에는 또 강렬한 분노 혹은 두려움이라는 형태로 열정이 나타나며, 상대방을 인간 말종이나 인간 이하로 평가절하하는 결정ㆍ헌신의 요소가 등장한다. 저자들은 이 3가지 요소가 결합하는 형태에 따라 증오를 차가운 증오, 뜨거운 증오, 냉정한 증오, 변덕스러운 증오, 폭발 직전의 증오, 들끓는 증오 등 8가지로 유형화한다.
이같은 이론적 틀로 역사상의 대량학살 등 증오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저자들은 특히 증오가 타고나는 감정이 아니라 선전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인들은 독일인들을 훈족으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는 유대인들을 '전염병' 같은 인종으로 몰아부쳤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베트콩에 대한 공포감을 부추겼다.
저자들은 이 같은 분석에 따라 증오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는 친밀감의 부정, 열정, 결정ㆍ헌신의 3요소가 어떻게 결합돼 있는지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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