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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는 어쩌다 적이 되었을까?' 뿌리깊은 증오, 넌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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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는 어쩌다 적이 되었을까?' 뿌리깊은 증오, 넌 어디서 왔니?

입력
2010.04.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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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스턴버그, 카린 스턴버그 지음ㆍ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발행ㆍ368쪽ㆍ1만5,000원

나치의 유대인 학살, 보스니아의 인종 청소, 르완다의 종족 분쟁, 9ㆍ11테러 등 잔인한 인간 행동의 배후에는 증오라는 감정이 놓여있다. 증오는 집단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개인 간에도 숱한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도 증오는 공격성 등 다른 특성의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적이 되었을까?> 에서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들은 증오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이론화를 시도한다. 증오는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친밀감의 부정, 열정, 결정ㆍ헌신이라는 3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랑이라는 감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친밀감의 부정은 상대방에 대해 정서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것. 보스니아의 개신교도와 이슬람교도, 이라크의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세월 잠복해 있다가 순식간에 복수심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증오에는 또 강렬한 분노 혹은 두려움이라는 형태로 열정이 나타나며, 상대방을 인간 말종이나 인간 이하로 평가절하하는 결정ㆍ헌신의 요소가 등장한다. 저자들은 이 3가지 요소가 결합하는 형태에 따라 증오를 차가운 증오, 뜨거운 증오, 냉정한 증오, 변덕스러운 증오, 폭발 직전의 증오, 들끓는 증오 등 8가지로 유형화한다.

이같은 이론적 틀로 역사상의 대량학살 등 증오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저자들은 특히 증오가 타고나는 감정이 아니라 선전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인들은 독일인들을 훈족으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는 유대인들을 '전염병' 같은 인종으로 몰아부쳤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베트콩에 대한 공포감을 부추겼다.

저자들은 이 같은 분석에 따라 증오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는 친밀감의 부정, 열정, 결정ㆍ헌신의 3요소가 어떻게 결합돼 있는지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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