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ㆍ지승호 지음/알마 발행ㆍ320쪽ㆍ1만3,000원
정치, 학술, '딴따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인간들을 인터뷰, 그들의 목소리로 한국 사회라는 모자이크를 만들고 있는 지승호씨의 새 인터뷰집이다. 이번 인터뷰 대상은 자칭 'B급 좌파' 김규항씨. 그 역시 마가복음 해석에서부터 어린이 인문잡지 발행까지 넓은 보폭을 보이는 자유로운 좌파적 삶의 주인공이다. 묻고 답하는 입장을 떠나, 둘은 책의 공동 저자로 나란히 이름을 박았다.
일종의 대화록인 이 책의 주제는 '진보와 영성'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의 대화인 만큼 깊고 진지하고 날카로운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높은 층위의 카테고리를 주제로 잡았으나 내용은 우리가 발 디딘 삶의 디테일에 뻗어있다. 정치, 교육 등 일상의 이야기를 일상의 언어로 얘기하는데, 그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바가 있다면 아마도 읽는 독자가 우파적(혹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의 김규항씨는 "높은 곳에서 사회를 내려다보면서 국외자인 양 논평하는" 책상물림 지식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몸으로 체득한 1인칭의 언어로 한국 사회를 얘기한다. 그래서 울림이 깊다. 독설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좌파 지식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난 두 사람의 대화에는 익살이 넘치고 소시민의 고민도 담겨 있다.
책에 붙인 김규항씨의 고백이다. "글을 쓰고 그걸 기반으로 이런저런 활동을 한 지 12년이 됐다. 이 책은 그 12년에 대한 소박한 주석서인 셈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을 소망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내놓는 일이 이렇게 면구스러울 줄 알았다면 이 책을 낼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시길."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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