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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항소심도 국민참여재판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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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항소심도 국민참여재판 존중하라"

입력
2010.04.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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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결과를 뒤집을 뚜렷한 새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항소심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참여재판에 일정 정도 구속력을 부여한 것으로 하급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참여재판(1심)에서 배심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일부 무죄를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된 최모씨(2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최씨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려 한 A씨를 폭행한 뒤 290만원 상당의 목걸이를 빼앗고 공모자에게 경찰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진술하도록 한 혐의(강도상해 및 범인도피교사) 등으로 법정에 섰다. 1심은 A씨를 증언대에 세워 진술을 들어봤지만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최씨에 대해 상해죄만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다시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 뒤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최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우선 참여재판에서 이뤄진 증인신문을 항소심이 다시 실시해 증명력을 달리 판단한 부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이뤄진 증인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거나 추가 증거조사 결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참여재판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재판 전과정에 참여한 배심원이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1심)의 심증에 부합돼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항소심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참여재판의 결과를 더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배심원의 평결이 법관의 판단을 돕는 권고적 효력만 가지더라도 1심 재판부와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면 항소심도 자유심증주의(증거의 증명력을 전적으로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는 주의) 원칙만으로 배심원의 평결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참여재판의 확대시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두 개의 전담 재판부에서 운영하던 국민참여재판을 별도의 전담부를 두지 않고 모든 형사합의부에서 시행토록 했다. 참여재판은 배심원들도 공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에서 모든 증거조사를 실시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이상적 모델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참여재판이 시행되지 않는 항소심에서도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대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명시적으로 이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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