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의혹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5년 추징금 5만 달러를 구형했다.
한 달간 14차례에 걸쳐 숨가쁘게 진행돼온 한명숙 전 총리 뇌물의혹 사건 재판이 2일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변론을 끝으로 다음주 9일 선고 공판만 남겨둔 채 일단락됐다.
검찰은 유죄입증이 충분했다고 자평한 반면, 첫 공판 이후 한 차례도 입을 연 적이 없던 한 전 총리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모두 배척하며 완벽한 무죄를 주장했다.
구형에 앞서 검찰은 "이 사건은 표적수사도 아니고, 흠집내기도 아니다"라며 "한 전 총리와 곽씨는 유착관계"라고 단정했다. 이어 준비자료를 법정 스크린에 띄운 검찰은 곽씨가 "5만 달러를 오찬장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직접 건넸다"고 당초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말을 바꾼 것은 "진술번복이 아닌 진술의 구체화"라고 주장했다. 즉, 금품전달이라는 큰 맥락에는 변함없이 도리어 전달방식이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문제의 총리공관 오찬성격에 대해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의 퇴임기념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곽씨가 (그 자리의) 주인공"이라며 "총리공관 현장검증결과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챙길 시간적, 공간적 여유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곽씨와 친분이 없다는 한 전 총리의 발언은 골프채 수수, 골프빌리지 무료이용을 통해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2005년 7월부터 2년5개월간 한 전 총리가 16회, 남편이 11회, 아들이 4회 해외 출국했지만 환전한 사실이 거의 없는 점, 아들의 유학자금 출처가 불투명한 점을 근거로 5만 달러의 사용처도 밝혀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어 법정 스크린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사자성어를 띄운 뒤 "진실을 은폐하고 정치적 타격이 두려워 거짓으로 일관하는 점은 묵과할 수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검찰은 뇌물 공여와 함께 38억여원의 회삿돈 횡령 혐의로 기소된 곽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처럼 유죄를 확신하고 있지만 그 동안의 재판상황을 보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뇌물 전달의 구체적 정황에 대한 진술을 바꾼 곽씨의 증언을 재판부가 신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 역시 최후변론에서 검찰이 곽씨의 진술을 확보하고자 곽씨의 재산을 보존해줬다는 '빅딜의혹'과 관련한 본보 기사(1월15일자 10면, 3월26일 10면)를 법정스크린에 띄우며 "뇌물 공여자에게 진술로 인한 이익이 있었다"며 검찰 수사과정 및 곽씨 증언 의 신뢰성을 공격했다.
검찰이 골프채 수수, 골프장 무료이용 등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에 주력한 반면, 정작 공소사실 입증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한 전 총리도 골프장 이용에 대해서는 인정했고, "이번 수사를 위해 변호인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모두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과 달리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골프채 수수에 대해선 "받은 적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또 "곽씨가 공기업 사장에 지원한 사실조차 몰랐다"며 검찰이 핵심증거로 삼고 있는 곽씨의 세부 진술까지 모두 부인했다. 또 최후진술을 통해 "검사는 사실관계에 기초한 공소사실로만 말해야 한다"며 "결백을 입증할 만큼 소명이 이뤄졌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결국 검찰과 변호인 모두 '모 아니면 도'의 결과만을 남겨두게 됐다. 9일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공소사실을 모두 배척당한 것이 돼 여론의 뭇매를 받을 수밖에 없고, 유죄가 선고되면 한 전 총리는 자신의 말이 모두 거짓으로 인정받게 돼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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