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여단(UDT)의 살아 있는 전설이 우리를 떠나려 합니다."
천안함 실종자 구조 작업을 하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3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해군장(葬)으로 엄수됐다.
장례는 해군장이었지만 정운찬 총리를 비롯해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전두환 전 대통령, 김태영 국방부 장관, 3당 정당 대표, 등 정ㆍ관계 인사 100여명이 자리했다. 동료 장병, 일반 시민까지 모두 1,000여명이 국군수도병원 체육관 안팎을 가득 메웠다
고인의 약력 보고 후 이어진 조사에서 김 총장이 "대한민국 UDT의 살아 있는 전설,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한 준위, 오늘 그가 조국의 깊고 푸른 바다를 가슴에 품고 우리 곁을 떠나려 한다"고 말하자 식장은 이내 눈물 바다가 됐다. 비교적 차분히 슬픔을 삼키던 부인 김말순(56), 아들 상기(25), 딸 슬기(19)씨도 이제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듯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인에 대한 충무무공훈장 추서도 있었다. 정 총리는 영정 앞에 훈장을 놓은 뒤 묵념했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UDT 후배 김창길 준위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며 "빨리 일어나십시오! 후배들이 있는 백령도 현장에서 못다 이룬 임무를 완수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목멘 목소리로 애통해 했다. 특히 고인에게 보내는 후배들의 울음 섞인 '필승' 경례는 함께 활동했던 해군 동료의 머리를 떨구게 했다.
이들은 "고인이 생전 즐겨 불렀던 군가를 합창하겠습니다"고 말한 뒤 식장이 떠나가도록 '사나이 UDT가'를 합창하며 울음을 토해 냈다. '… 피 터져라 외쳐라, 악! 악! 악! 악! 비가 오면 미치는 UDT다….'
시신이 식장을 빠져나와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들은 "가지 마라"며 관을 끌어 잡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고인의 부인과 막내 여동생 미순씨는 "제발 가지마요"라며 관을 쓰다듬으며 놓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영결식은 조총 및 묵념을 마지막으로 당초 예상보다 30분 늦은 11시께 끝났다. 고인의 유해는 구급차에 실려 성남화장장으로 옮겨졌고, 화장이 끝난 뒤 오후 4시께 대전국립묘지 장교 3묘역에 안장됐다.
인터넷에서도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네티즌의 추모글이 잇따랐다. 고 한 준위 공식 사이버 분향소인 블루페이퍼(Blue Paper)에는 네티즌 추모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아이디(ID) ekfflwk2010은 "당신의 투철한 군인 정신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숭고한 UDT 대원의 그 멋지고 빛나는 눈동자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고 했고 자신을 고교 2학년생이라고 밝힌 아이디 김준섭은 "눈물을 감출 길이 없다. 당신은 참 영웅"이라고 기억했다.
경남 진해시교육청은 관내 초등학교 19곳과 중학교 9곳에서 한 준위의 호국ㆍ희생 정신을 기리는 내용의 특별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초교는 전 학년을, 중학교는 교장이 정하는 학년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 후 방과 후 시간에 실시된다.
성남=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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