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 아니면 방중을 늦출 것인가. 당초 4월 초쯤 방중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김 위원장이 3일까지 북한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방중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 위원장이 3일 저녁 류훙차이(劉洪才) 신임 중국 대사의 부임을 축하하는 연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이날 김 위원장의 연회 참석 소식을 전하며 개최 장소를 평양으로 명시했다. 김 위원장이 적어도 3일까지는 평양에 체류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앞서 3일 새벽에는 북한과 접경한 중국 단둥(丹東) 지역에 북한 국적의 열차가 도착해 김 위원장이 중국을 향해 출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열차는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화물 열차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늦어지자 4월 초 중국 방문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들이 늘고 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진 과거 네 차례의 중국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있어 김 위원장이 이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단둥에는 한국 언론들이 대거 집결, 북한 동향을 체크하며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신의주_단둥으로 이어지는 동선도 노출돼 신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과 중국의 정치 일정도 김 위원장의 방중 연기설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북한에선 9일부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가 예정돼 있고, 15일은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이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12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NSS)에 참석한다. 후 주석은 이어 14~17일에는 제2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위해 브라질을 찾고, 베네수엘라와 칠레도 방문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늦어도 5일까지 중국 방문 길에 오르지 않는다면 방중 일정은 이달 말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김 위원장의 방중은 반드시 성사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한 북한은 중국의 경제 원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방북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약속한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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