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2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과 대처 미흡 등을 집중 추궁했다.
어뢰 또는 기뢰에 의한 피격 여부, 암초 충돌이나 피로파괴 가능성, 속초함의 새떼 사격 배경, 북한 개입 여부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궁금증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시원하게 의혹이 해소되지는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군과 정부가 정보를 통제, 은폐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우선 사고 원인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나왔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뢰나 어뢰 가능성을 주로 제기했다.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사고 직전 감지됐다는 지진파가 폭발음이라는 것인데 어뢰와 기뢰 중 어느 것에 가까운가"라며 "사고 당일 한 병사의 문자메시지가 끊겼다는 9시16분과 군이 발표한 사고 발생시각 9시22분 사이 6분의 시간은 어뢰가 발사돼 목표물에 도달하는 시간과 공교롭게 맞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은 의원은 "내부 요인보다 외적 요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감지된 지진파의 폭발 규모를 보면 기뢰의 화력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말해 기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김태영 국방장관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는 원론적 전제하에 "어뢰와 기뢰 두 가능성이 다 있지만 어뢰 가능성이 좀더 실질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초소에서 물기둥을 본 사람은 없는가"라는 김동성 의원의 질의에 "병사 한 사람이 본 것 같다고 했는데 확실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소나병(음파탐지병)은 당시 어뢰 접근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불필요하게 한 방향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보다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박 의원은 "천안함이 그 지역으로 간 것은 북한 잠수정이 출몰했고 그들이 우리 군함을 유인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속초함이 새떼에 대해 발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새떼가 76미리 함포 공격을 받고도 북한땅까지 계속 이동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속초함이 반파된 천안함에 대한 구조작업을 하지 않고 북쪽으로 향한 것은 적의 침투나 공격이 있었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는 이에 "새떼를 이상 비행물체로 오인해 사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떼와 관련,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새떼가 시속 40노트(70km)로 북상했다고 하는데 백령도에 그렇게 빨리 이동하는 새떼가 있을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새떼가 소멸된 지점이 북한의 잠수정 기지가 있는 곳이 아니냐"고 따졌다. 김태영 장관은 그러나 "새떼가 소멸된 지점이 북한 잠수정 기지 부근은 아니다"고 답했다.
암초나 피로파괴 가능성도 거론됐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어뢰나 기뢰 가능성을 뒷받침하려면 높이 치솟는 물기둥이 발생하고, 화상 환자 발생이 있어야 된다"며 "그러나 생존 병사 중 흠뻑 젖거나 화상 환자가 없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어 "사고 당일 해군이 해경에 구조 요청을 할 때 '좌초에 처했으니 구조해달라'고 했다"며 "해경은 사고 지역 부근에 암초가 있다고 했다"고 암초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이에 "암초에 의한 사건 발생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천안함이 군함 중에서 낡은 것은 아니고 피로파괴 될 정도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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