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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MSG

입력
2010.04.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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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인 의사 로버트 곽은 1968년 뉴욕의 중국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은 뒤 목과 등, 팔이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경험했다. 증상은 두 시간 동안 지속됐다. 그가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에 자신의 경험을 기고하면서 '중국음식 증후군'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에도 여러 과학자들이 화학조미료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면 목이 뻐근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멀미와 구역질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중국음식점 증후군을 일으킨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이 바로 MSG(L-글루탐산나트륨)이다.

■ 일본의 이케다 박사는 1909년 다시마 추출물에서 MSG를 처음 발견했다. 다시마 국물에는 인간이 느끼는 네 가지 맛(단맛ㆍ신맛ㆍ쓴맛ㆍ짠맛) 외에 '감칠맛'이라는 제5의 맛이 존재하며, 이 맛이 글루탐산나트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다시다 국물 맛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MSG가 '아지노모토'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이후 화학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 자체로는 맛을 지니지 않은 흰색 결정체지만, 음식에 곁들이면 깊고 풍부한 맛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물질이다. 실험 결과 나이가 많고 영양 상태가 나쁠수록 MSG 선호도가 높았다.

■ 한국야쿠르트는 이달부터 롯데마트에 공급하는'롯데라면'에서 MSG를 빼기로 했다. 3~4년 전부터 MSG를 사용하지 않는 삼양식품과 농심 등이 롯데라면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권해석을 의뢰 받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MSG를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MSG 첨가를 금지한 나라는 없으며, 식품업계의 경쟁 탓에 유해성 논란이 증폭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 식품의약국은 천식ㆍ고혈압 환자 등과 신생아용 음식의 MSG 첨가만 제한할 뿐,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성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 모든 가공식품엔 첨가물이 들어있다. 우리 식품위생법이 첨가물로 인정한 화학물질만 2,400여 가지다. 식품의 맛과 향, 신선도 유지를 위해 첨가물 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래도 가급적 덜 먹는 것이 최선이다. 수많은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흡수돼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경단체들이 MSG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멸치와 다시마 등 천연조미료가 맛소금, 미원 등을 밀어내는 상황이다. 정부 발표가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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