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잔인했다. 천안함 침몰 9일째인 3일 오후 남기훈(36) 상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우려는 기어코 현실이 됐다. 끝까지 희망을 부여잡고 있던 남 상사 가족들은 싸늘한 주검 앞에서 하염없이 무너졌다.
남 상사의 시신은 4일 오전 9시30분께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의무대 옆 임시안치 시설에 도착했다. 운구병 6명이 흰 천에 덮인 채 들것에 실린 고인을 의무대 안 검안장으로 옮기자 남 상사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새끼 어찌할까, 아이고 기훈아, 내 새끼 기훈아"라고 목놓아 절규했다. 아버지는 차가운 아들을 쓰다듬다 주저앉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고 주변에 있던 유족과 지인 등 10여명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천안함 침몰 사고의 첫 번째 희생자로 기록된 고 남 상사는 충북 청주시에서 태어났다. 20세이던 1994년 해군 부사관 149기 사격통제장치책임하사로 임관한 15년 경력의 사통 전문가다. 성남함 광주함 참수리339호 영주함 등을 거쳐 2006년 5월 8일 천안함 사통장으로 부임했다. 2함대 사령관과 22전대장 표창을 받았고 전자산업기사 등 모두 10개의 자격증을 보유했다. 부인 지영신씨와의 사이에 백일 짜리 막내 아들을 포함해 세 아들이 있다. 평택시 포승면 원정리 해군아파트 남 상사의 자택에 있던 세 아들은 청천벽력같은 비보에 울음을 터뜨렸다.
동료들은 남 상사를 자기계발과 부대 발전을 위해 헌신한 군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참수리315호 사통장 문종원(37) 중사는 "타의 모범이 되는 동기였다"며 "사통장 동기 중 한 명을 먼저 보내야 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해군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남 상사 시신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이 아닌 2함대에 안치했다. 실종자가족협의회는 "실종자 전원을 발견하기 전까지 장례 절차는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군도 가족들의 뜻을 따르기로 해 장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남 상사의 시신 검안을 지켜본 한 유가족은 "고인의 왼쪽 목덜미 부근에 날카로운 것으로 길게 베인 듯 한 상처를 목격했다"라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평택=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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