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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령 대법관 은퇴시사/ 오바마, 두 번째 지명 기회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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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령 대법관 은퇴시사/ 오바마, 두 번째 지명 기회 얻어

입력
2010.04.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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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 내의 진보진영을 이끌고 있는 존 폴 스티븐스(89) 대법관이 은퇴를 시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임기 중에 두 번째 대법관 지명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은퇴해야 자신의 자리를 같은 성향의 인사에게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스티븐스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도, 절차상의 공정성을 위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며 "대통령과 상원이 후임자를 결정하는 데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른 시일 내 결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AP통신은 스티븐스의 은퇴를 기정사실화하고, 단지 올해냐 아니면 내년이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10월부터 시작되는 대법원의 새 회기 활동에 대비해 재판연구관인 클럭(clerk) 4명을 고용하는 관례를 깨고 1명만 고용해, 현 회기(6월 종료)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있음을 비치고 있다.

이달 20일 만 90세가 되는 스티븐스는 대법관 중 최고령이며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 임명돼 34년이 넘도록 대법관으로 활동했다. 공화당 정권에서 지명됐지만 동성애자, 낙태 권리를 옹호하고 사형제도에 위헌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대법관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대법관이 종신직이기 때문에 사망하거나 본인이 사퇴해야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할 수 있다. 때문에 각 대법관이 어느 정권에서 은퇴하느냐는 대법원의 이념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다. 역시 진보성향으로 분류됐던 데이비드 사우터 전 대법관도 지난해 5월 은퇴함으로써,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 대법관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연방대법원 9명의 대법관은 현재 진보 4명, 보수 4명, 중도 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NYT는 그러나 스티븐스가 "대법관은 사회적인 질문에 대해 광범위하게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판결하고 논쟁을 해결하는 일"이라며 "해야 하는 것 이상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보수적인 판사에 가깝다"고 자신을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선거후보자에 대한 지지ㆍ비난 광고를 무제한으로 허용해 큰 논란을 불렀던 지난 1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막지 못한데 대해 "그날 힘든 아침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당시 판결은 스티븐스를 비롯해 진보성향 4명만이 반대, 5대4로 갈렸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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