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이라크 집권당 구성은 이란의 손에 달려있다."
이라크 총선 이후 집권을 향한 정당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1일 이웃 국가인 이란이 이라크 집권당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쿠르드계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 부통령이자 이라크국민연맹(INA) 내 주요 정당인 이슬람최고회의 아델 압둘 마흐디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은 총선 결과 발표 직후 이란을 방문했다. 이번 총선에서 '이라키야'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법치국가연합의 누리 알-말리키 현 이라크 총리도 테헤란에 대표단을 보냈다. 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한 4대 정파 중 1위 이라키야를 제외한 3개 정파가 테헤란을 찾은 것이다.
이에 반해 어느 정파도 워싱턴은 물론이고 테헤란의 미 대사관조차 찾지 않고 있다. 이라크 차기 정부 구성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지만 "이로 인해 이라크에 대한 미국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이 같은 이라크 주요 정파들의 이란행에 대해 NYT는 "표면적으로 이란의 신년인 '노루즈'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부 구성에 있어서 이란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7일 치러진 총선에서 이라키야는 325석 중 91석을 얻으며 1위를 기록했지만, 과반 의석인 163석에 크게 못 미쳐 집권 가능성은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89석을 차지한 법치국가연합은 INA, 쿠르드연맹 등 타 정당과 연합에 성공할 경우 재집권이 가능하다. 2~4위 정파가 동시에 이란을 방문한 것을 두고 이들이 '합종연횡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압도적으로 시아파가 지배하는 국가인 이란이 수니파가 혼재된 이라키야 보다는 시아파가 주축인 법치국가연합과 INA를 지지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집권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라키야의 알라위 전 총리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라키야의 집권을 방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NYT에는 "이란과 어느 연계도 없는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NYT는 "알라위 전 총리가 이란의 지지를 얻으면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라키야 정부구성 책임자인 라피에 알 이사위가 최근 이란 대사와 세시간 넘게 회담했고 탈라바니 대통령이 이란에서 귀국한 즉시 알라위 전 총리를 만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지지를 얻으려고 치열한 물밑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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