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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리더십과 자부심, 냉정함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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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리더십과 자부심, 냉정함을 되찾자

입력
2010.04.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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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천안함 침몰 사태만큼 이상한 사건도 드물 것 같다. 사태가 일어난 지 8일이 지났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언론의 속보는 혼란스럽다.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핵심인 침몰 원인에 대해 내부 폭발설, 기뢰설, (반)잠수정설, 선박 피로설, 암초 충돌설 등이 번갈아 제시되고 있다. 원인 추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언제 또 뒤집어질지 모른다.

사태 이후의 전개 과정을 보면 정부의 모호한 태도와 군 당국의 어정쩡한 자세, 언론의 상투적 보도가 두드러진다. 천안함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정부와 사회 모두 우왕좌왕

먼저 정부의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리더십인데, 정부 스스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언론에 비친 모습은 그랬다. 사고 발생시각도 정확하지 않고 북한 연계설도 자고 나면 뒤바뀐다.

리더십은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다 보면 때를 놓칠 수 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사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TV 화면 앞에서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정부가 알고 있는 것과 알지 못하는 부분을 알려줘야 한다. 국민의 협조와 양해를 구할 점이 있으면 구하면 된다. 그래야 믿음이 생긴다. 책임지는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 군 지휘관들이 줄곧 대역을 맡고 있지만, 답변 내용은 대부분 실무적, 기술적인 것이다. 그들의 주 임무가 정책 결정이 아니라, 정책 집행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 당국의 태도도 어정쩡하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실망스런 모습이 여러 번 등장하더니만, 급기야는 고기잡이 어선보다 못한 기술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최소한의 기본 장비도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 사실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군의 자존심은 상처를 입었다. 자존심을 회복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실종된 46명의 해군을 하루빨리 구조하는 일이다. 또한 TV에 나온 천안함 함장이 쫓기듯 사라지는 모습이나, 군부대의 초병이 떠밀리며 뒷걸음치는 장면에서 당당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나마 구조작업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가 군인의 길을 보여줬다. 군은 명예를 먹고 산다.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잘잘못을 따질 기회는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태수습 과정에서 우리의 군이 당당함이나 자부심을 잃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국가방위 임무를 맡고 있다.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

언론 보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천안함 관련 뉴스에서는 경마식 ‧ 나열식 ‧ 자극적 ‧ 감성적 보도가 많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상보도가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단독취재’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는 약삭빠른 보도도 눈에 띈다. 차라리 고개를 돌리고 싶다.

뉴스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익명보도도 많다. 잘못된 보도를 정정하거나 사과하는 보도는 없다. “아니면 말고”식이다. 경쟁사가 보도하니 “우리도 한다”는 식이다. 밑져야 본전이다.

최악의 경우도 내다봐야

이번처럼 예고 없이, 순식간에 터진 사건일수록 언론은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언론 보도가 흥분하면 독자나 시청자 나아가 사회전체가 혼돈에 빠진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사태 전모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단순 사고일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남북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와 군, 언론이 먼저 리더십과 자부심,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안함 사태는 심각한 정치사회 문제로 전환될 것이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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